사의후 첫 인터뷰…'내부갈등' 부인 안해
"워크숍 때문만은 아니고, 일정이 짜여 있는 관료나 벼슬이 체질에 맞지 않아 내심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돌연 사의를 표명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조영황(65)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일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하면서 사퇴 배경과 그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의표명 후 설악산과 통일전망대 등을 여행했다는 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늘 정도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택 앞에 있던 일부 기자들과 인터뷰에 응했다.
조 위원장은 "변호사 30년, 판사 4년, 국민고충처리위원장(비상임직)을 1년 하고 인권위원장을 했는데 내게 가장 잘 맞았던 것은 시골판사였던 것 같다."며 "일정이 짜여져 있고 이에 대한 감독과 책임이 따르는 관료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그만둘 생각이 있었는데 미리 말하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안했을 뿐"이라며 "전원위원회는 공개석상이었고 기자도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그만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는 게 용기이지 않느냐."며 "다만 인권위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아시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마무리 못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원들과 워크숍에서 언쟁 중 자리를 먼저 뜨지 않았느냐고 묻자 조 위원장은 "인권위 내부문제는 기관장으로서 가능하면 말을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얘기가 (언론에) 많이 알려진 것 같다."고 답해 내부 갈등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인사권과 관련해 상임위원과 이견을 소상히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제2기 최영도 인권위원장 시절 인사자문위원장을 상임위원에서 사무총장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상임위원들이 종전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대로 둬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며 "상임위원들이 사무처 직원 인사평가에 관여하길 원하고, 보좌관을 배치해 달라고 했지만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임위원들이 파워를 키우려 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죠. 상임위원들이 무엇인가 하고픈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진보나 보수 어느쪽에 대한 노선도 갖고 있지 않다. 인권문제는 '인권' 그 자체로 봐야 하고 이라크파병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가 간혹 있지만 인권의 범위에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니까 변호사를 다시 하거나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노인 인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며 "1년 6개월 동안 혁신을 했다고 자부하며 후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남기고 싶은 말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평화인권연대 등 전국 38개 인권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인권위원장의 사퇴배경을 두고 일각에서 근거도 없이 보혁노선 갈등을 제기하고 인권위의 존립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며 "인권위는 이번 사태를 내부개혁과 쇄신의 기회로 삼아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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