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프로젝트)시네마 프로젝트-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 '영화'

입력 2006-10-03 07:14:07

"얘들아,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해 보자."

"네?"

"아름다움 하면 떠오르는 느낌, 구체적인 장면, 경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해 볼까?"

커다란 전지와 색색들이 필기구를 앞에 두고 황당해하던 아이들은 이내 자신들의 생각을 풀어내느라 시끌벅적해진다. 누군가 엉뚱한 소리라도 했는지 간간히 유쾌한 웃음소리도 들린다. 어느새 전지는 아이들의 신나고도 진지한 생각들로 가득 메워졌다. 이렇게 시네마 프로젝트 5개 팀(교사 5명, 학생 20명)은 1박 2일간의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하였다.

'영화 만들기'라는 매력적이지만 다소 거창한 주제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낸 학교는 총 5개였다. 6월 10일 열렸던 창의 캠프 1기에 참석했던 경험을 살려 뭔가 보여 주겠다는 의지가 대단한 서재중, 멋진 남자 배우가 많으니 언제든지 이용해 달라는 재미가 넘치는 경서중, 가장 우수하고 톡톡 튀는 아이들만 참여했다며 우승을 자신한 성서중과 경운중, 생각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자는 것도 열심히 하겠다는 씩씩한 본리중 학생들. 이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동해바다보다 더 푸르렀다.

▶'아름다움'을 영상화하라.

시네마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름다움'을 소재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사물)들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작업이 그것이다.

학생들은 먼저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지를 기획해야 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줄거리를 짜고, 주제를 명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렇게 기획한 내용을 중심으로 콘티(스토리보드)를 작성하여 영화 제작을 위한 준비를 완료한다. 다음으로 스토리보드에 따라 본격적인 촬영을 해야 하며, 촬영한 내용은 컴퓨터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무비메이커)을 이용하여 편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이렇게 완성된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홍보물을 제작한 후 전체를 대상으로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고 설명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조직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고, 집단 토의를 통해 보다 나은 생각의 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픽셀레이션으로 영화를 만들자.

학생들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활용한 기법은 픽셀레이션이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이다. 픽셀레이션은 실제 움직이는 사람을 한 프레임(장면)씩 촬영한 다음, 이를 연결하여 24프레임의 정상속도로 보면 연기자는 마치 만화영화에서처럼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바로 이 덜컹거리는 움직임이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픽셀레이션은 무겁고 어두운 내용보다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의 작품에 적합하며 실제 사람의 움직임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 수 있으므로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현실을 뛰어넘는 기발한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여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픽셀레이션은 장면 장면을 끊어 찍은 후 연결하는 것이어서 원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법이므로 조금이라도 움직임의 연계를 보여주려면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것이 좋다.

▶영화 속에는 아이들의 맑은 소망이 들어 있다.

영화는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이다. 영화는 내 삶과 비슷하거나 또는 전혀 다른 삶을 보여줌으로써 내 삶을 돌이켜보게 만든다. 우리는 이런 '돌이켜 보기'를 통해 인생과 사회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 속에는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외침이 들어 있기도 하고, 맑은 소망이 들어 있기도 했다. 5개의 작품으로 미루어 보아 아이들이 진정으로 소망하는 삶은 자유로운 개성이 살아 있는 학교(경운중), 따스한 배려로 감싸 안을 수 있는 친구(서재중), 감사와 이해가 충만한 가족(본리중)이 있는 삶이며, 힘겨운 여정이 밑거름이 되어 성공을 이룬 삶(경서중),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삶(성서중)임을 알 수 있었다.

▶ 작품 소개

본리중(교사 : 유득순, 학생 : 김재상, 김재익, 원소현, 윤유나)은 '아담이 이브가 되었을 때?!'라는 작품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어머니와 아들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을 구현하기 위해 사진의 일부를 포토샵으로 처리하여 고난도의 영상미를 보여줌으로써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본리중은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뛰어난 편집으로 골고루 고득점을 얻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시선을 끈 경운중(교사 : 김순남, 학생 : 김명윤, 박소현, 박창환, 정하억)은 학생들의 개성을 이리저리 재단하여 획일화된 인간을 만들어내는 학교의 경직성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하였다. 종이 인형과 가면 분장을 활용한 아이디어들이 화면 이곳저곳에서 빛을 내었으며, 상징성과 은유성이 뛰어난 수작을 발표하였다.

안기주(경대사대부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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