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고유의 큰명절인 한가위(6일)가 코앞이다. 3천여만 명의 歸省(귀성) 전쟁으로 오늘부터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주머니가 얄팍해도 마음만은 따뜻하고 푸짐해지는 때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향 길에 오르는 까닭을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조차 없다. 성묘·차례와 같이 조상을 기리는 追遠報本(추원보본) 행사를 치르고 끈끈한 연줄을 확인하며 정을 나누기 위한 이 행렬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한가위를 명절로 삼은 건 삼국시대 초기부터다. '三國史記(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3대 유리왕 때부터 이 경축 명절을 즐겨 왔다. 당시의 노래 會蘇曲(회소곡)에 나오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라는 구절은 그 절정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연중 가장 밝은 만월이 온 누리를 비추는 이 날을 즐거워했으며, 새 곡식과 햇과일이 나오는 이 '풍요의 절기'를 만끽했다.
○…올해 한가위 연휴는 오늘부터 내달 8일까지 가장 긴 경우 9일이나 된다. 이 때문에 맞이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일 것 같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다른 재미들도 쏠쏠하다는 얘기다. 미혼 남녀는 짝짓기에 부풀고, 직장인들은 해외여행이나 성형수술 등을 계획해 여행사·병원들은 特需(특수)를 누린다고 한다. '명절 도우미'로 나서 짭짤한 수입을 기대하는 '실속형 주부'들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신나는 사람이 많은 한편 즐겁지 않거나 '나홀로족'이 돼 疏外感(소외감)에 빠지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게다. 삶이 빠듯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서민들과 홀몸 노인들,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 고시나 취업 준비생, 업무가 밀린 직장인, 이혼 등으로 외톨이가 된 가정, 기러기아빠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노처녀·노총각 등은 처량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튼 한가위는 '생산-풍요-사랑'을 가져다주는 '陰(음) 기운'이 절정에 이르는 날이다. 동양 사람들은 음이 陽(양)보다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보름달에 소원을 빌었다. 여전히 어려운 때지만 이런 때일수록 親知(친지)와 이웃 간 정을 나눠야 한다.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어우러져야 하늘도 감동하지 않을까. 조금씩 양보하고 나누면 고향 가는 길도, 삶이 더 따뜻해지는 길도 가까워지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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