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사퇴…임기 말 권위 샌다

입력 2006-09-27 11:37:10

어제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이 끝내 사표를 냈다.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둔 상태여서 청와대가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이다. 올 들어 주요 정부 기관장 또는 대통령자문 위원장으로 임기 중에 사표를 던지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6월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8월 이상희 방송위원장,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 9월 손지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자진 사퇴 대열을 이뤘다. 이들이 남기는 '건강상' '일신상' 같은 사퇴의 변은 하나같이 석연치 않다. 속사정이 있겠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권위가 너무 우습게 여겨지는 분위기다.

조 인권위원장은 인권위의 활동을 놓고 급진적 성향 위원들과 쌓인 갈등을 못 이겨내 그만 두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그 같은 내부 사정과 그간 인권위가 보인 越權(월권)과 비현실적 勸告(권고)활동은 다른 측면에서 거론해 볼 문제다. 우선 걱정스러운 것은 '수틀리면 때려치우는 것 같은' 최근 풍토다. 무엇이 장관급 공직자들의 처신을 가볍게 하는가. 알려진 것과 다른 사퇴 배경이 있더라도 임명권자의 권위는 내동댕이쳐진 격이다.

이 방송위원장의 사퇴도 청와대 인사방식에 뒷말을 남겼다. 취임 1개월만에 물러난 것은 단순한 건강상 이유가 아닌 다른 속사정이 있으며, 그로 인해 방송위가 난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후임자는 공교롭게도 연임 도중 사퇴한 조창현 전 중앙인사위원장이다. 윤성식 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사퇴에도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따라붙고 있다.

이러한 사퇴 행렬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한다. 또 首長(수장)의 중도 하차는 조직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임기 말에 정권 스스로 레임덕 요인을 자꾸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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