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부동산가격 변동과 금리정책

입력 2006-09-27 07:54:07

최근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보면 아파트공급은 2005년 이후 크게 확대되었다가 부동산정책이 대폭 강화된 2005년 하반기 이후 관망세 확대로 분양시장이 위축되고 미분양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2005년 이후 분양시장이 급속히 위축돼 초기분양률이 20%수준에도 미달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한편 가격동향을 보면 그동안 서울은 재건축이, 지방에서는 주상복합아파트가 가격상승을 주도했으나 8·31 부동산정책의 영향 등으로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올해 2분기 이후 대체로 보합 내지 소폭 하락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가격은 변동이 심하다. 특히 오를 때엔 천정부지로 오르고 내릴 때엔 바닥이 없는 것 같은 것이 부동산 가격이다. 이러한 부동산가격 변동에 금리정책을 수행하는 한국은행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 부동산가격 부침에 대한 금리정책의 역할은 학계에서 적어도 10년 이상 해묵은 논쟁의 대상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버냉키 의장 등은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본래 중앙은행의 정책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앙은행은 자산가격이 미래의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때에만 제한적으로 감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부가 증대하고 담보가치가 상승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내수는 가까운 미래에 일반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게 된다. 중앙은행의 정책결정은 미래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자산가격은 일반물가를 올릴 우려가 있을 때에만 통화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소비자물가가 안정돼 있고 전망치도 낙관적이면 자산가격이 오르더라도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세케티 등 일부 학자들은 자산가격은 늘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가격의 급등은 소비자물가의 전망이 불확실하더라도 앞으로의 위험을 예고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소비자물가와는 상관없이 부동산가격의 움직임에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가 1990년대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꺼진 후 금융부실과 경기침체를 오래 겪은 일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중앙은행은 무엇보다도 우선 자산가격의 버블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실제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는 부동산 가격변동이 미래의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예상될 경우에만 중앙은행은 자산가격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견해를 받아들인다 해도 부동산가격이 변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자산가격이 오르는 이유로는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는, 노동의 생산성이 증가해 가계의 구매력이 향상되거나, 기업의 구조조정이 잘 되어 주가가 상승하거나, 외국에서 투자자본이 많이 유입이 되었을 경우 국내의 자산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렇게 공급측면에서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자산가격이 상승하지만 물가는 안정적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금리가 일반의 기대수준보다 낮을 경우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을 선호하려는 경향이 생겨 자산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는 금리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써 중앙은행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자산가격이 너무 지나치게 상승하여 투기적 거품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방치하면 조만간 자산가격이 하락, 개인이나 기업을 어렵게 만들고 은행에도 부실채권이 쌓이게 된다. 이럴 때 중앙은행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적절히 대응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고민이 발생한다. 자산가격 상승률이 매우 클 경우 이것을 금리정책만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금리를 대폭 상승시키면 전반적인 경기가 가라앉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미시적인 감독정책과 협조해 대출비율을 조정한다든가 조세정책과 협조해 세율을 조정하여 나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외환위기 이후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되어 있는 여건 하에서 지역개발로 인한 기대수익의 증가, 교육여건의 차이 등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에는 중앙은행은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가지고 감독, 조세, 행정기관들과 정책협조를 통해 가격안정에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세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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