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입전형 요강을 확정 발표하고 있다. 그 핵심사항은 수능시험의 비중 축소와 논술·면접의 강화로 요약된다. 다시 논술이 화두로 부각된 셈이다. 사교육 시장은 불황 타개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하는가? 심지어 논술 지도를 잘 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소개해 줄 수 없느냐? 등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질문은 통합 논술의 실질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 고2 학생들이 치르게 될 대부분 대학의 통합논술은 기존의 논술고사와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종전의 논술 문제는 제시문을 읽고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짜임새를 갖춘 2천 자 전후의 완결된 한 편의 논술문을 써야 했다. 그러나 고2가 치르게 될 통합논술은 이와는 다르다. 과거의 논술고사 문제는 주로 '~에 대해 논술하시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통합논술 예시문제를 분석해 보면 제시문과 주어진 자료를 읽고, 500자 전후의 답을 요구하는 문제를 5문항 정도 출제한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 과거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500자 답안지에서는 서론, 본론, 결론 같은 요식이 불필요하다. 아니 그것을 고려할 지면이 없다. 아는 내용을 바로 적어내려 가야 한다. 질문도 '저자의 생각을 기술하시오, 이유를 설명하시오.' 등으로 구성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합논술은 지식을 측정하는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본고사 부활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통합논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종전의 논술보다 대응이 쉬울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최선의 대비책은 개별 교과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윤리 시간에는 윤리를, 경제 시간에는 경제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교과 내용과 관련된 시사쟁점, 고전작품 등을 폭넓게 읽는 습관을 확립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별 교과에 충실하고 바탕지식이 풍부하게 쌓이면 통합은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다.
통합논술에서는 과거와 같은 형식적인 글쓰기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형식적인 기교보다는 내용이 앞서야 한다. 여기서 내용이란 교과서적인 기본 개념을 말한다. 대학은 좀 더 구체적인 예시문제를 공개해야 하고, 일선 학교는 빨리 출제 경향을 파악하여 학습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사교육은 본질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 현 시점에서 통합논술을 위한 최선의 대비책은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이다. 그러면서 좀 더 지켜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든 학교 수업 없는 논술 대비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윤일현 (교육평론가,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