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아니라더니 '뒷북' 용역 주는가

입력 2006-09-25 11:28:55

한미 FTA 拙速(졸속) 추진이란 비판에 손사래를 치던 정부가 뒤늦게 FTA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3차 협상을 마치고 4차 협상을 준비하는 마당에 '한미 FTA 금융서비스 유보리스트'에 대한 연구 용역을 公告(공고)한 것이다. 올 연말쯤이나 돼야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다니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드는' 보고서가 될 공산이 크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금융서비스 유보리스트' 연구용역을 공고하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다른 나라의 유보리스트를 분석해 우리 협상전략에 필요한 사항을 작성하라고 당부했다. 미국과의 협상 때 용역 결과를 參考(참고)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가 3차 협상 후 밝혔듯이 금융서비스 분야는 협상이 가장 진전된 분야다. 따라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연말쯤이면 용역 보고서가 제시하는 협상전략이 필요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본란은 한미 FTA 추진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다. 미국이 정한 時限(시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게 문제라고 보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협상에 나서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랫동안 준비했다며 豪言壯談(호언장담)했었다. 그러나 재경부의 뒷북 연구용역 발주로 정부의 豪言(호언)이 虛言(허언)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협상이 가장 진전된 금융서비스 분야가 이 모양이라면 爭點(쟁점)이 많은 농산물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 반대론에 대해 홍보 부족을 탓하며 '대내 협상'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뒷북 연구용역 발주로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은 대내와 대외 모두 준비 부족이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한미 FTA 추진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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