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고생 M(17)양 납치·성폭행·살해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를 정말 이대로 놔둬서 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M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모(50) 씨는 지난 1987년과 2001년 2차례에 걸쳐 미성년자 유인 및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장기복역했지만 교도소를 나온 지 1년도 안 돼 또다시 시민들을 경악하게 하는 엽기 범죄를 저질렀다.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 추적·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허술한 시스템'이 또다시 재연된 것이다.
김 씨는 이번 범행장소와 똑같은 곳에서 동일 수법으로 2001년 여중생을 유인·납치한 뒤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지난 2001년 범행은 당시 피해자가 살해되지 않은 점만 제외하면 이번 사건과 완벽하게 같다.
당시 김 씨는 "학교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함께 병원에 가자."며 M양이 다니는 학교와 같은 재단 소속 학교 여중생을 차에 태운 뒤 빈터로 끌고 갔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2001년 수감된 김 씨는 4년여밖에 수형 생활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 9월 출소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번 범행을 치밀한 계획 하에 실행에 옮겨, 우발적 범행이 아닌 것이 드러났다. '성범죄자는 또다시 똑같은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속설을 증명한 것.
김 씨는 범행 당일 현장주변에서 다른 여고생 3명에게 "선생님이 다치셨다."며 잇따라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여고생들은 차에 타지 않아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김 씨는 자신이 4년 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동네에 또다시 버젓이 나타나 최근 수개월 동안 부근 한 자동차상사 판매직원으로 근무해 왔다.
이런 가운데 "성폭행 범죄자에 대한 재범방지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M양이 억울하게 범행 대상이 됐을 뿐 언제 어디서라도 똑같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
M양 유족들은 "그런 전과자가 어떻게 여학교 주변에서 돌아다닐 수 있고, 왜 경찰은 최초 실종 이후 주변 전과자들부터 먼저 조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성폭행 범죄 사후 관리가 있기나 한 것이냐."고 절규했다.
성폭력 범죄 사후대책에 소홀한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상습 성범죄자의 경우, 얼굴 공개는 물론 주거지까지 제한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초범이라도 주거제한을 한다.
'여성의 전화' 박선아 자문변호사는 "성 폭행범들은 재범률이 매우 높아 특별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별도 보호 관찰이 필요하다."며 "그들에게는 인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여자이면서 약자인 미성년자 상대 범죄는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 2월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과 협의를 통해 재범 이상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얼굴과 직업, 주소 등을 모두 등록해 지역주민들이 언제든지 열람하도록 하고 성 범죄자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도록 전자팔찌 제도 도입을 논의한 바 있지만 인권단체 반발에 부딪혀 관련 법규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상준·김태진·임상준기자
◎ 세계 각국의 청소년 성범죄자 처벌·관리
▷미국=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석방돼 어느 동네에 거주하면 경찰이 이 사실을 이웃에 알려주는 이른바 '성범죄자 석방공고'(메건법) 제도를 시행.
2000년 7월에는 아동 대상 성범죄로 두번까지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기징역에 처해 무조건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내용의 이른바 '투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
▷대만=1999년 아동복지법을 강화해 16세 이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7년까지 처하고 이름과 사진을 주요 지역신문에 공표.
▷중국=14세 이하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금품수수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강간으로 간주해 중벌에 처함.
▷영국=성범죄법에 의해 아동을 상대로한 성범죄자는 경찰에 자신의 거주지를 신고토록 되어 있으며, 경찰은 해당지역 학교 등에 반드시 관련정보를 제공.
▷호주=퀸즈랜드 주에서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 경찰의 명령권에 의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함.
▷독일=재범자에 대한 DNA 중앙 데이터베이스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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