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타민] ⑧배당

입력 2006-09-11 09:15:38

사건 당사자가 되면 가장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내 사건을 누가 담당하는가' 이다. 이는 검찰이나 법원 모두에 해당한다. 혹시라도 지연·혈연·학연으로 연결되는 검찰 또는 법원 인사가 맡게 된다면 최소한 불이익은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 여기에는 '상대방이 혹시 아는 사람을 동원하지나 않나' 하는 불안감도 작용한다.

또 담당 검사나 판사에 따라서 정상참작이 될 것도 엄벌에 처해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 몇 년전 대구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 판사는 음주운전을 굉장히 싫어했다. 대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처해질 사안도 이 판사에게 걸리면 집행유예나 실형이 나오기 일쑤여서 피고인이나 담당 변호사들은 '제발 그 판사만 아니길'하고 기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는 검사나 판사의 재량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나 형량이 결정되는 수도 많았기 때문에 누가 사건을 맡느냐가 상당히 중요했다. 물론 지금은 계량화된 기준이 있어 자의적 판단이 덜 작용한다.

보통 사건 당사자가 되면 검찰이나 법원 수위 아저씨 한명이라도 아는 것이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

구속·불구속을 포함하는 형사 사건이든 고소·고발 사건이든 검찰에 접수되면 가장 먼저 실시하는 것이 배당이다. 대구지방검찰청에는 지검장 산하에 있는 1, 2차장검사들이 실질적으로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1차장검사는 형사부 및 공판부, 2차장검사는 공안부·특별수사부·마약조직범죄수사부를 관장한다. 차장검사들은 당일 사건과에 접수된 사건 개요를 파악해 배당을 한다.

이 때 각 부(部)별 특성과 전담 검사 등을 감안한다. 예를 들어 의료사건이면 '형사3부' 몇 호 검사, 지적재산권은 '형사2부' 몇 호 검사, 조직폭력배 관련 사건이면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이런 식이다. 경찰에서 송치돼 오는 사건은 사건별 특성과 각 경찰서별 담당 부서, 검사 특성 등을 고려해 배당이 이뤄진다.

그러나 검찰에 고소·고발했다고 모두 검찰에서 처리하지는 않는다. 하루에 100여 건이 넘게 쏟아지는 고소·고발을 검찰에서 처리하면 업무가 폭증해 제 때 사건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에 일차적인 조사를 위임한다. 물론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담당 검사의 지휘 아래 고소 고발 건을 처리한다. 경찰이 마무리 지은 사건은 다시 검찰에 넘어와 담당 검사가 검토를 마친 후 무혐의, 기소유예, 불구속기소, 구속기소 등의 절차를 거친다.

만약 차장검사가 판단하기에 사건이 중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실무 부서에 배당, 검찰이 직접 처리한다. 이 때 동원되는 부서가 조사과이다. 현재 대구지검 조사과에는 3개의 부서에서 9명의 조사관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조사과에서 조사를 마쳐도 최종 사법처리 결론은 당연히 검사가 한다.

법원의 경우 사건 배당은 지·고법에 있는 수석부장 판사가 한다. 수석부장판사는 행정부 직제로는 차관급에 해당한다. 2년전만해도 수석부장판사는 수작업(手作業)으로 배당을 했으나 지금은 검찰과는 달리 컴퓨터로 배당을 한다.

이 때 고려되는 것은 사건과 재판부와의 이해관계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 사건 당사자와 재판부가 특수한 관계에 있다면 재판부를 달리 배정한다. 중요사건 피고인이 학교 동문이면 배당단계에서 걸러진다.

이 때 피고인도 재판부가 자신과 사적인 관계가 있다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낼 수 있고 수석부장판사가 옳다고 판단하면 다른 재판부로 배당된다.

최정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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