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 나면 여성이고 지방대 출신이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했죠. 자괴감은 자꾸 커지고··· 마음 다잡고 도전하면 또 거부당하고."
올 2월 4.2의 평균학점으로 지역대학을 수석 졸업한 A씨는 "부끄럽다."며 취재진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대학 4년간 수업 한번 빼먹지 않고 공부에만 몰두해온 그였다. 그는 대기업 뿐아니라 중견기업 가리지 않고 입사원서를 30번도 더 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불합격'이라는 패배감 뿐.
"대기업 최종 면접에서 그러더군요. '학점이 높은데 학교 다닐 때 공부만 열심히 한 것으로 생각하면 되냐'고요. 빈정거리듯···."
그는 무시하듯 쏘아대는 면접관을 향해 '졸업학점이 높은 것이 죄라도 되냐'고 항변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학연수도 못해봤고 인턴사원 경험도 없지만 각종 동아리 활동과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합격소식은 날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토익점수가 700점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취업 성공자들이 모인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영업직은 여성을 기피한다고 하더군요.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도 문서로 증명되는 것만 인정되구요."
같이 면접을 본 친구들에 비해 경험부족을 느꼈다.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의 또박또박한 말투와 당당함에 기가 죽었다.
"이번에 계약직이지만 금융기관에 취직했어요. 불과 몇 명 뽑는데 200명도 넘는 4년제 졸업생들이 응시했더군요. 취업난을 실감했어요."
공대를 졸업한 B씨의 사례도 눈물겹다.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50번이나 냈다는 그는 "어학 점수도 낮았고 지방대라는 위축감 때문에 면접 보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졸업학점이 4.24 였지만 토익성적이 630점에 불과했던 그는 "서류 전형을 통과한 경우도 3번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은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2002한일월드컵과 2003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1년 가까이 청소년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네팔에서 2주간 해외봉사활동도 했다. 대학 2년 때 일본으로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졸업후 한 중견기업에서 1년 넘게 일했죠. 마음에 썩 들지 않아 그만뒀어요. 토익성적이 좋지 않아 대기업은 다시 도전해볼 엄두도 못 내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는 기술직 공무원을 목표로 3개월 간 밤낮없이 공부해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기업에서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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