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졸업자에게도 험난한 취업난은 비켜가지 않았다. 졸업학점이 월등하다고 해서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이들 미취업 실태의 심각성을 살펴봤다.
◆수석 졸업자는 여성이 많았지만...
지난해 지역대학 인문사회계열을 수석 졸업하고도 취업에 실패한 한 여성 졸업자는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한 금융기관은 학과 사무실에 추천서를 부탁하면서 여자는 뽑지 않겠다고 했대요. 채용공고에는 버젓이 남녀구분이 없다고 해놓고요. 여성 취업문은 바늘구멍보다 더 좁아요."
지난 3년 간 지역대학을 수석 졸업한 이는 남자가 47명, 여자가 81명이었다. 학업 충실도 면에서는 여학생이 월등하게 높았다.
하지만 '수석=취업'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 중 29명(61.7%)이 취업에 성공했지만 여자는 39명(48%)만 직장에 출근하고 있다. 수석 졸업의 영광은 여성이 훨씬 많이 누렸지만 취업은 남자가 더 많이 됐다. 게다가 비정규직 취업자(9명)중 여자는 7명이나 됐다.
미취업 여성 수석졸업자(42명)는 △대학원 진학 17명 △임용시험 준비 15명 △공무원 준비 5명 △기업체 준비 3명 △편입·고시 준비 각 1명이었다.
◆ 미취업자들은 무엇을 준비하나
"취업하려해도 지방대 출신인데다 끌어줄 선배들도 없어요.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까지 일부 대기업에서 대학 간판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있대요."
올해 대학원에 진학한 한 수석 졸업자는 "취업난에 헤매기 싫어 졸업후 유학을 갈 것"이라고 했다.
길게는 3년간 취업을 못하고 있는 수석 졸업생들도 나름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취업자 60명 가운데 가장 많은 28명(46%)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들 상당수는 "취업보다는 공부가 더 하고 싶다."고 했지만 속내가 편치 않음을 털어놓는 이들도 꽤 있었다. 일부는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대학원 졸업후 진로를 정하겠다."며 취업준비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밝혔다.
임용시험을 준비중인 졸업자도 17명(28%)이나 됐다. 이들 중 예술대 및 사범대 졸업생 8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전공과 관계없이 학원, 도서관을 오가며 '예비 교사'를 꿈꾸고 있다. 이중 인문대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졸업자도 6명이나 됐다. 이중에는 인문대 출신 3명, 사회대 출신도 있었지만 예전에 취직이 잘 되던 상대 출신도 2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밖에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자가 5명이었고 사법고시에 응시하려는 졸업자,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졸업자가 각 1명으로 나타났다. 군입대는 2명이었다.
◆학과 공부는 필요 없나?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중 정작 취업에 필요한 것은 거의 없었어요. 실용적인 학문을 깊이 다루는 커리큘럼이 있어야 합니다."
수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신 한 여성 수석 졸업자는 "취업에 필요한 공부도 병행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요즘 대기업들이 기준 학점만 넘으면 동등하게 서류전형 통과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학과 공부에 열중한 수석 졸업자들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과 공부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수석 졸업자가 63명으로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59명(무응답 6명)보다 약간 많았다.
공부 잘한 졸업자가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 상황에 대해 큰 모순을 느낀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인데도 요즘은 '취업 준비소'쯤으로 전락했다."며 "그나마 학과 성적이 우수한 졸업자들은 취업이 훨씬 나은 편"이라고 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 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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