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콘크리트로 짓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지만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들을 주거문화 선진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건축의 주재료인 콘크리트가 주는 시공상의 편리함과 경제성 못지 않게 콘크리트 집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친환경 주거에 일찍 눈을 뜬 국가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목재나 벽돌 등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콘크리트는 주거의 '중심'에서 '보조 자재'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오스트리아 북부의 중심 도시인 린츠시에서 승용차로 30여 분 거리에 위치한 피흐링 주거단지. 지난해 준공된 1천400여 가구 규모의 피흐링(Pichling) 단지는 유럽에서 가장 친환경적으로 건설된 저층 고밀도 주거단지(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호수를 끼고 있는 이 단지에 들어서면 독특한 단지 외관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리게 된다. 수십 개의 동들이 서로 다른 모양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외벽의 대부분이 콘크리트가 아닌 유리나 목재, 벽돌 등으로만 지어진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친환경 주거단지를 목표로 건설된 피흐링 단지는 기존 단지와 달리 다양한 건축 재료를 사용했으나 에너지 절감률이 일반 주택에 비해 70%에 이를 뿐 아니라 외관도 아름다운 단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피흐링 주거단지 시공에 참여한 노이에 하이마트사의 건축팀장 요한 스피링씨는 "기초와 바닥재는 콘크리트 시공을 했지만 외벽에서는 콘크리트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이 단지의 특징"이라며 "입주 1년 전부터 사전 예약이 끝날 정도로 입주민들로부터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피흐링 단지내 아파트 중 가장 독특한 것은 건물 외벽 전체가 유리로 시공된 아파트다. 1층에서 3층 높이로 지어진 유리 건물들은 공기층을 포함해 5중막으로 구성된 특수 유리를 사용, 같은 두께의 콘크리트보다 뛰어난 단열성을 갖고 있다. 외벽이 유리로 된 만큼 실내 조망 및 채광성이 뛰어나며 겨울철에는 보다 많은 태양 빛을 실내로 흡수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 또 콘크리트 구조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유리로 된 아파트 건너편은 외벽 마감을 목재로 한 아파트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아파트는 벽돌을 마감 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스피링씨는 "목재나 벽돌 마감의 경우 콘크리트 시공 때 보다 공사비는 10% 높지만 단열·축열·방습 기능 등이 뛰어나 에너지 절약뿐 아니라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건물 수명도 콘크리트 아파트보다 두 배 정도인 70년을 목표로 시공됐다."라고 말했다.
11개 주택회사가 시공에 참여한 피흐링 단지는 계획 초기부터 철저한 친환경 단지로 설계가 진행됐다.
2001년부터 택지 조성공사에 들어가 준공까지 5년이 걸렸지만 EU(유럽연합)와 오스트리아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 시민들이 의견을 모아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설계를 한 탓에 준비에서 착공까지는 무려 9년의 기간이 걸렸을 정도.
이에 따라 피흐링 단지는 외관뿐 아니라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건물 설계와 태양광 시스템 채택, 친환경 실내 마감재와 생태계 보존을 고려한 건물 배치 및 녹지공간 조성,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자연 정화시스템 적용 등 단지 내 모든 공간에서 친환경 주거단지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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