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시인세계 '질병의 시학, 건강의 시학' 이색특집

입력 2006-08-28 09:31:33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의 '그날' 중에서).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가을호가 '질병의 시학, 건강의 시학'이란 이색적인 기획 특집란을 마련해 시인의 질병과 건강을 문학사적 시각에서 다채롭게 조명했다.

이번 특집은 인간의 존재 조건에 대한 알레고리가 되는 문학사 속에서의 질병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우리 시대 시인들이 실제 앓고 있는 질병과 그에 대한 시인들의 시적 대응방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의사인 허만하 시인은 '병이여 교만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시와 질병에 대한 병리학적 진단을 시도했고, 국내 최초로 문학치료학과(경북대 대학원)를 개설한 문학평론가 변학수 교수는 질병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식으로 시 쓰기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오채운은 문학적 신호로서의 질병의 의미를 되짚었다.

정진규·최춘희·박진성 시인은 자신의 시작(詩作)과 질병에 대한 체험을 구체적으로 들려주며, 문학사 속의 질병을 실제 작품을 통해 분석해낸 유성호·김행숙·이재복·오태환·양균원의 글들은 시인의 질병과 건강에 대한 시학적 지형도를 제시한다.

특히 우리 시단에서 팔순이 넘은 김종길·김규동·황금찬 시인의 글은 육체적 질병과 맞서 나가는 '원로시인 건강법'으로 '질병'이라는 은유의 감옥을 넘어선 원로시인들의 시적 통찰과 지혜를 전한다.

'시인세계' 발행인인 김종해 시인은 "이번에 마련한 기획특집 '질병의 시학, 건강의 시학'에서 병들고 상처입은 신체에 대한 시작(詩作)과 그에 대한 병리학적 사유를 살펴보았다"며 "병리학적 징후로 나타나는 주체의 욕망은 시쓰기라는 언어적 표상을 통해 삶의 상처와 질병으로부터의 해방과 구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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