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왕의 인물산책] 구홍일 재향경우회장

입력 2006-08-28 09:41:04

퇴직 경찰 120만 명이 회원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구홍일(具洪一·62) 회장은 경주 출신이다.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됐고, 지난해 재선됐다.

재향경우회는 퇴직 공무원 모임으로서는 재향군인회와 함께 우리나라 유이(唯二)의 법정단체다. 두 단체는 안전보장 부문에서 5·16민족상을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수상했다. 공교롭게 재향군인회도 구미 출신인 박세직 회장이 '선장'이다. 과연 우연일까.

거대 조직인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직을 칠곡 출신인 이수성 전 총리가 맡고 있고,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는 안동 출신이다. 모두 임명직이 아니라 회원의 투표로 선임되는 자리. 권력의 도움 없이도 단체 활동에서 출향 인사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그만큼 대구·경북에 인물이 많은 걸까?

출향 인사가 회장인 단체의 성향이 대부분 그렇지만 경우회도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취재진이 회장실을 찾았을 때 구 회장은 어느 회원과 전시 작전통수권 환수 문제를 두고 얘기하고 있었다. 작통권 환수 논란 속에 경우회가 적극적 역할을 하라는 주문을 받은 듯했다. 구 회장은 "경찰을 진보냐 보수냐 규정하기가 애매하지만 순기능적 측면에서 경찰은 어느나라나 보수적"이라며 "특히 경우회 활동에 적극적인 회원들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현직 생활은 화려했다. 경북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사법행정 예비시험에 합격해 고시 준비를 하다가 간부후보생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그뒤 대구경찰청 초대 차장, 경북경찰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청 차장 등 요직을 거쳤다. 정치적 외풍을 타는 경찰 총수가 되는 영예만 누리지 못했을 뿐이다. 경찰대학 교관일 때 김석기 대구경찰청장과 윤시영 경북경찰청장을 가르쳤다.

구 회장이 가장 보람되고 영예로웠다고 기억하는 자리는 서울 강남경찰서장.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였다. 통행금지 해제로 당시 강남은 밤이 더 복잡했다. 택시강도와 퍽치기가 다반사였고 조조 강도까지 설쳤다. 1일 평균 강도 발생 22건. 무법천지인 셈이다. 강남경찰서 직원들이 밤을 낮같이 1년여 뛴 결과 강도 발생 건수가 1주당 2~3건으로 줄었다. 통행금지 시절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는 "강남서 멤버와 지금도 가깝게 지낸다."고 흐뭇해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화제가 넘어갔다. 경우회 또한 일간 신문에 수사권 조정을 촉구하는 광고를 내는 등 홍보 활동에 적극적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운데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의 안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의 안도 괜찮고요. 두 번 조사받는 국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이 개정돼야 합니다."

수사권 조정 반대 논리로 제기되는 경찰의 자질 문제에 대해 구 회장은 "경찰대가 졸업생을 배출한 지 20년이 됐다."며 "또 순경 채용자의 75%가 대졸 이상 학력으로 우리 경찰은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구 회장은 경우회를 국민에게 친숙한 단체로 만들고싶어 한다. 그래서 인력이 달리는 경찰을 도와주는 한편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또 재정을 튼실히 하기 위해 경비업, 용역업 등에 진출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경우회는 경찰의 명예 지키기에도 한 몫 한다. KBS-1TV '서울 1945'가 장택상 씨가 여운형의 암살 배후인 듯 묘사하자 항의 공문을 보냈다. 이후 '서울 1945'는 경찰역의 박창주를 군인으로 신분을 바꿨다고 한다. 구 회장은 "일제 경찰이 광복 후 다시 경찰이 된 사람도 있으나 일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후배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피해자 보호'를 얘기했다. 범죄의 예방과 진압은 어느 나라 경찰이나 하는 것으로, 선진 경찰이 되려면 범죄 피해자 구제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경찰이 최일선에서 우선 대신하라는 주문이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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