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 도동서원

입력 2006-08-23 16:36:17

한바탕 휴가도 지나갔다. 아이들 방학도 이제 조용히 마무리할 때다. 번잡하지 않고 부산 떨지 않고 부담없이 한나절 조용하게 다녀올 만한 그런 곳이 없을까.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있는 도동서원이라면 안성맞춤일 듯하다. 도동서원은 대구서 반나절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곳. 가까우면서도 오가는 길에 볼거리도 많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들이 있다면 우리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돌아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보자. 도동서원뿐 아니라 다람재 정상에서 바라보는 포근한 시골풍경과 낙동강변을 따라가며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드라이브 길로도 괜찮은 곳이다.

도동서원은 동방5현 중 한 사람인 한훤당 김굉필(1454∼1504)을 모신 곳이다. 원래 현풍 비슬산 기슭에 세운 쌍계서원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선조 38년(1605) 지금의 자리에 중건했다. 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에도 전국 650개 서원 중 살아남은 47개 중요서원 중 하나이다. 도산서원, 병산서원, 소수서원, 옥산서원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서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동서원은 그 역사적인 가치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서원처럼 찾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편. 주말이라야 문화답사여행객들이 간간이 다녀갈 뿐이다.

도동서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400년 된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을까. 가지를 축 늘어뜨려 땅바닥을 치고는 다시 솟아올랐다. 은행나무 뒤쪽 제일 먼저 보이는 건물은 수월루다. 이 수월루에 오르면 앞쪽 들판을 가로지르는 낙동강과 그 너머 고령 일대가 풍경처럼 펼쳐진다.

고개를 숙이고 환주문을 들어서면 400년 세월의 무게가 엄습해온다. 양 옆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뿐 아니라 중정당의 빛 바랜 기둥과 마루가 예사롭지 않다. 도동서원이라 새긴 나무액자도 두 개다. 강당 안쪽의 흰글씨는 선조의 사액 액자. 건물 앞쪽에 걸린 액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을 모각한 액판이다.

중정당 뒤쪽 건물은 사당이다. 5개의 계단식 석축엔 작약 등 꽃나무가 가득하다. 이 석축 위의 사당에 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하지만 사당은 제향 때가 아니면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쉽지 않다. 수월루에 올라 쉬고 있는 유생들도 만났고 동재와 서재에서 울려퍼지는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도 들었을 터. 그것만으로도 이미 400년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한 셈이다. 도동서원 관리사무소 053)617-7620.

도동서원 앞 관광안내부스를 찾아 문화유산해설사의 해설을 요청하면 서원관광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2월부터 11월까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화관광해설사가 대기하고 있다.

도동서원을 둘러보고 대구로 돌아오는 길은 색다르게 잡아보자.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재미없다. 서원에서 나와 오른쪽 산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된다. 흡사 농로 같은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재미있다. 넘어가는 산길 정상이 다람재. 정자와 한훤당 김굉필의 시가 새겨진 돌이 있는 다람재에서 내려다보는 강과 도동서원은 편안한 한 폭의 그림이다. 반듯반듯하게 정리된 논과 골골이 자리잡은 시골마을 풍경을 볼 수도 있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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