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고 손정아·장정아 양
"저희가 '말짱'이라구요? 아닌데요."
대구여고 3학년인 손정아(18)·장정아(18) 양은 요즘 유행이 되다시피한 '말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토론 실력은 수준급이다. 좋은 토론의 전제가 논리적인 글쓰기와 설득력 있게 말하기이고 보면 두 학생은 이런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두 학생은 최근 대구 흥사단이 주최한 청소년 토론대회에서 많은 또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의 비결은 단순한 말 솜씨가 아니었다.
"'스쿨 폴리스'와 '체벌' 두 가지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찬반 입장에서 토론하는 것이었어요. 저희는 학교 폭력과 스쿨 폴리스가 토론 주제로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습니다."
이들이 대회 전 제출한 논문은 대학생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라는 평이다.'학교 폭력 방지를 위해 스쿨 폴리스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A4용지 6쪽짜리 논문은 학교 폭력의 정의와 실태, 사례, 반대 의견에 대한 논박자료, 외국의 스쿨 폴리스 시행 사례,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논리정연하게 적고 있었다.
장정아 양은 "논문을 쓰기 위해 일주일 동안 관련 신문자료를 검색하고 실제 학교 폭력을 수사한 경찰서 홈페이지를 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논문을 작성하면서 특히 상대팀(스쿨 폴리스 반대측)이 제기할 의견에 대해서 꼼꼼히 준비했다.
예상대로 상대 팀은 '교내에 경찰이 상주하게 되면 학생들의 인권 침해 소지가 많다.'며 반대 주장을 전개했지만 치밀한 사전 준비 덕분에 '예봉'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말 솜씨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토론 시합은 진땀이 날 정도로 어려웠다.
"상대팀이 같은 학년 여고생들이었데, 굉장히 말을 잘 했어요. 몰아세우듯이 주장을 펴니까 얼른 답이 나오지 않아 몇 번 당황하기도 했어요."
심사위원들은 그러나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성실한 자료 준비와 '학생다운' 토론 태도가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두 사람의 토론 실력은 어떻게 길러진 것일까. 장정아 양은 한동안 논술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학교 수업에서 꾸준히 발표하면서 스스로 노력한 부분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장 양은 "평소에도 친구들과 주제를 정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곤 했다."면서 "논술 관련 잡지를 꾸준히 읽고 시사 이슈에 대해선 신문 칼럼을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말빨'만 가지고는 금방 밑천이 드러나서 훌륭한 토론을 할 수 없더라."고 했다.
두 학생은 설득력 있는 말하기의 비결로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 내 입장과 다른 몇 가지를 고를 것,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반박할 것 등을 꼽았다. 토론에 열중하고부터 말 실력이 부쩍 좋아진 것 같다고도 했다.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이들은 대학생이 돼서도 토론대회에 꼭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토론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더 나은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이잖아요. 토론을 통해서 쌓은 말하기 실력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좋은 무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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