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라는 표현은 옳치 않습니다. '부적응' 학생이지요. 가정에 안주하지 못하고 학교로부터도 소외된 아이들입니다. 유급되고 퇴학됐다고 해서 이들을 학교 울타리 밖으로 내치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대구 최초의 대안학교를 만들고 있는(본지 20일자 8면 보도) 최해룡(53) 경상공고 교사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대부'다. 그는 '나도 쓸모있는 사람' 이라는 생각만 갖게 된다면 문제아들도 얼마든지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26년간의 교직 경력 끝에 얻은 깨달음이다.
최 교사는 지난 20일 대구 명덕초교에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도시 속 작은학교' 설립과 운영을 맡을 (사)대구청소년대안교육원을 창립했다.
올 2학기에 맞춰 문을 여는 도시 속 작은 학교는 중·고생 1개반 20명 가량의 소규모로 6개월~1년 단위로 신입생을 받을 예정. 현직교사, 상담전문가 등이 수업을 맡아 기본 교과 이외에 인성 교육 중심의 다양한 체험·봉사교육을 한다.
그가 이처럼 학교 부적응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은 학생 생활지도를 맡았던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부(야간) 학생들 중에는 유난히 자퇴나 유급, 퇴학이 많았습니다. 엄한 선생님도 됐다가 친한 큰 형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한계가 있었더라구요."
최 교사는 열의를 갖고 꾸준히 지도했던 한 학생이 졸업식날 교문을 돌아서면서 자신에게 욕을 퍼붓는 모습을 보고 크게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통제위주의 생활지도로는 더이상 효과가 없었던 것.
이후 몇 년간 고민하던 그는 전문 상담실을 만들 것을 학교 측에 제안했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교사들로 구성된 '실천 상담 연구회'에 가입했다. '승진을 노리는 별난 선생'이라는 곱잖은 시선도 많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97년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에 내려보낸 중·고 중퇴 학생 복교 지시는 최 교사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대부분 교사들이 교실로 돌아온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큰 애를 먹고 있던 때였다.
"캠페인식 학생지도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었어요." 그는 중퇴 학생들을 위한 복교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가 몸담고 있던 학교는 대구시 교육청으로부터 중퇴예방 및 복교 시범학교(1999~2000년)에 선정됐다.
상담 중심의 생활지도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타 학교의 경우 복교 학생 졸업률이 40%를 밑돈 반면 그의 학교에서는 복교 학생들의 80%가 고교 졸업장을 탔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01년 한국카운슬러 대구지부에 가입,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상담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몇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대안교실'을 열었다. 1주일에 한 차례, 상담과 장애인 시설 봉사체험을 했다.
"처음 대안교실에 오면 '내가 왜 여기 와야 하느냐' '지난번에 봉사체험 받았다'며 항의하곤 합니다. 그 때마다 이렇게 얘기해줍니다. 너희들은 아직 가능성이 있기에 이 곳에 온 것이라고요."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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