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30)베이징의 인공강우

입력 2006-07-18 09:58:22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든 요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우산이 필수품이 됐다.

강원도에서부터 수도권, 충청권과 경상도까지 전국을 물난리통으로 만들어버린 우리나라의 '장맛비'와는 다르지만 베이징에서는 수시로 비가 내린다. 연평균 강수량이 650mm 안팎으로 서울의 절반밖에 안되는 베이징에서 어떻게 잦은 비가 온다는 말일까?

'인공강우'(人工降雨) 때문이다. 우산 없이 시내에 나갔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기자도 며칠 전 저녁약속 때문에 외출했다가 비를 만나 흠뻑 젖은 적이 있다.

인공강우는 어김없이 천둥번개와 낙뢰를 동반한다. 낙뢰를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언론에 등장할 정도다. 요즈음 베이징의 날씨는 하루에도 세 번이나 바뀐다. 햇볕이 쨍쨍하다가도 흐려지고, 흐려지면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 강수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베이징시 당국이 구름이 베이징 상공에 생성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인공강우 로켓'을 쏘아올리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수십년째 인공강우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중국처럼 실용화단계에 이른 나라는 없다. 유인우주선 '션조우(神舟) 6호'를 성공시킨 중국은 우주과학 강국이자 인공강우 대국이다. 중국 당국자들도 인공강우가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독일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퇴근시간을 전후한 시간에 내리던 인공강우가 7월 들어서는 새벽시간으로 바뀌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간 결승전이 벌어지던 지난 10일 새벽에도 천둥번개와 함께 2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져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인공강우의 부작용도 적잖다. 지난 달 29일의 인공강우는 베이징 쇼우두(首都)공항의 국내선 140여 편과 국제선 60여 편 등 200여 편의 항공기를 1~2시간씩 연발착시키고 도심 교통을 마비시킬 정도의 폭우로 쏟아졌다. 인공강우는 성공적이었지만 강수량 등을 조절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1일 충칭(重慶)시 펑슈(彭水)현에서는 인공강우를 위한 로켓을 쏘아 올리다가 오발사고가 발생, 1명의 행인이 죽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베이징뿐 아니라 구이저우(貴州), 깐쑤(甘肅) 등 강수량이 부족한 각 성(省)마다 '인공강우 판공실'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한편 베이징시 당국이 올 여름 들어 집중적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하는 것은 2008년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녹색올림픽'(綠色奧運)을 표방하고 있는 베이징시로서는 더 많은 강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하고 있고 효과도 얻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국가임업국 황사관리국의 류투오(劉拓) 주임은 "녹색올림픽을 구현하기 위한 우리의 목표 중 하나가 황사를 감소시키는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베이징시는 지난 10년내 사상 최악의 황사가 불어닥친 지난 4월 7발의 '인공강우' 로켓을 발사,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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