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미국이 이라크에 이식한 것과 같은민주주의는 원치 않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공방과 관련해) 무력의 사용은 균형이 잡혀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개막에 앞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두 대통령은 G8 정상회담 개막전 2시간동안 머리를 맞대고 중동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음에도 서로간 인식 차를 좁히지 못했음을 공동기자회견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회견장 포토 세션때 두 사람은 악수를 했지만 '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말싸움'의 발단은 부시 대통령이 제공했다. "나는 언론과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이라크 등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 제도적 변화를 증진하고픈 희망에 대해 (회담에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푸틴 대통령)에게 많은 미국민들이 러시아가 (이라크에서와) 똑같은 일을 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가시돋친 말로 "우리는 분명히 이라크식 민주주의를 하길 원치 않는다. 나는 당신(부시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애써 웃음으로 넘어가려 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는 "어떤 십자군 전쟁도, 어떤 성스런 연합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라크내 미국 주도 연합군을 지칭한 것으로 읽혔다. 이에 대해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간 공방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이견을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폭력사태를 중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헤즈볼라가 무기를 내려놓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리아가 헤즈볼라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무력을 이용해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무력의 사용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전제하에 일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측의 '과도한' 무력사용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견해와 관련해 유럽국가들, 특히 프랑스측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지나치다고 이미 비판해 부시 대통령 등 다른 세계 지도자들을 불편하게 만든 바 있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 이날 '언쟁'은 17개월전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마 회담시 언쟁에 이은 것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측의 정적 탄압과 민주주의 후퇴 등을 지적했다가 푸틴 대통령의 반발을 샀다. 전문가들은 이번 언쟁이 당시보다는 정도면에서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언쟁에는 부시 대통령이 회담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열망인 자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흔쾌히 승인하지 않은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 실무진은 러시아의 WTO 가입문제에 대해 마라톤 논의를 진행해 일정부분 진전도 봤지만 결국 러시아의 WTO 가입 합의에 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이로써 미국은 러시아의 WTO 가입승인을 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가 됐다.
상트 페테르부르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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