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대공세의 피해자와 수혜자

입력 2006-07-17 09:31:10

레바논 내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따른 피해자와 수혜자는 누구일까.

시리아와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주변국들이 벌인1∼4차 중동전쟁에 이은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와 수혜자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최대의 피해자로는 레바논을 꼽을 수 있다.

레바논 국민은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계기로 내전의 참화를 떠올리고 있다.

종교적으로 이슬람-기독교 양각 체제를 토대로 한 레바논은 1975년부터 15년 간 내전을 겪으면 나라가 거의 망가졌다.

레바논 내전은 소수 기독교인들이 국부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교육·복지 혜택 등을 독점해 무슬림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독교인들과 현실을 타파하려는 무슬림들 간의 충돌로 촉발됐다.

이 내전에는 이스라엘과 시리아, 그리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개입하면서레바논은 완전한 폐허로 변했다.

그러나 레바논은 지난해 2월 암살된 라피크 알-하리리 전 총리 체제를 거치면서국가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해 공항, 항만, 교량 등 사회기반 시설을 재정비하고 종파-정파별 안배주의를 바탕으로 국민화합을 다지는데 어느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직은 연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레바논 정부에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압박할 목적으로 하리리 전 총리가 완성해 놓은 사회 기반시설을 집중 폭격해 망가뜨려 놓고 있다.

이 때문에 헤즈볼라가 공연히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해 레바논을 내전직후의 상태로 되돌려 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서방 권으로부터 강력한 무장해제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헤즈볼라도 피해자 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친 이스라엘 노선을 견지하는 아랍권국가들도 피해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눈치를 봐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을 모두 견제하는 양비론적 태도를 취했다.

이집트의 한 소식통은 "친미 온건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침공을 사실상 묵인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 같은 유화적 움직임은 각국의 정권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에서 나타나는 것 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정권 전복 테러활동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도 피해자에 해당한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아랍권 분석가들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놓고 이스라엘에 편향적인 태도를 거듭 노골화함으로써 아랍·이슬람권에서의 반미정서를 더욱 심화시켜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중동 민주화 정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수혜자로는 시리아와 이란이 꼽히고 있다.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사건의 배후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시리아는 레바논에 대한 시리아의 입김을 차단하려는 서방 권의 압력에 굴복해 내전이 시작된 이듬해인 1976년부터 레바논에 주둔시켰던 군대를 지난해 4월 모두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시리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국 군 철수의 결과가 이스라엘의 레바논침공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서방 권의 철군 압력이 오로지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한 부당한 것임을 알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무기 공급원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란도 수혜자로 볼 수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미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문제 삼아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전체 이슬람권의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자국이 역내 이슬람권을 주도하는 국가임을 은근히 과시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에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부각될수록 이슬람권에서 이란의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랍권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페르시아인의 나라인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권의 전선을 주도함으로써 역내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나오고 있다.

이란은 레바논 사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자국 핵 문제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시간을 벌게 됐다는 점에서도 수혜자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가적으로는 이번의 대대적인 공세로 주변 아랍이슬람권에서 저항세력의 층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되지만 군부를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우익들의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조페(Hatzofeh) 등 이스라엘 일부 언론은 현 사태를 촉발한 원인으로 점령지였던 레바논 남부와 가자지구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을 지적하면서 온건한 점령정책을 비판했다.

이집트의 한 소식통은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 내에서 타협보다는 힘에 의한 안보확보가 더 효과적이라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 내 강경 우파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소식통은 "이스라엘은 민주적 국가이긴 하지만 적대적인 이슬람권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특성상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집단을 군부로 볼 수 있다"며 군부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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