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헌절…법과 규정 용어 "너무 어려워요"

입력 2006-07-17 09:56:41

"기성타절? 죄송합니다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안모(30) 씨는 최근 공사수주 관련 업무로 대구시내 한 구청을 찾았다가 황당했다. 구청 측이 내준 서류에 대졸 출신 안 씨도 그 뜻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해괴한' 용어가 너무 많았던 탓이다.

"관공서와 일을 하려고 하면 용어부터 어려워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안 씨는 법과 제도는 모든 사람들이 편하라고 만들어진 것인데 실제로는 모든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법률·제도체계의 근간인 헌법이 만들어진 지 17일로 58년. 하지만 법과 제도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너무 멀다.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로 가득차 있기 때문.

국립국어원 국어진흥팀 최용기 팀장은 "기성타절이라는 단어의 경우, 공사에 착수했다는 뜻의 '기성(旣成)'에다 중지를 뜻하는 '타절(打切)'이란 말이 합쳐진 것"이라며 "'타절'은 국어사전에 올라있지 않지만 철도관련 법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지난 92년 '운행중단'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지만 행정기관이 여전히 이를 고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법제처는 2010년까지 매년 200여 개씩 모두 1천여 개의 법령을 쉬운 말로 고쳐보겠다고 밝혔고, 곧이어 대구지법 이원범 부장판사도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쉬운 판결문'을 써야한다고 '쉬운 말 바람'에 뛰어들었다.

법무부도 '계구(戒具)'는 '보호 장비'로, '교회(敎誨:재소자를 가르치고 일깨운다는 뜻)'를 '교화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등 교정관련 용어들을 쉽게 바꾸려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러나 아직도 '움직임'에 그치고 있다. 주민들과 직접 맞닿아 있는 행정기관에서조차 '외계 용어'가 넘치고 있는 것.

대구시내 구청을 방문, 주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조례를 펼쳐보자 곳곳에서 '벽'에 부딪쳤다. 인영(印影), 해촉(解囑), 제척(除斥) 등의 용어가 난무하고 공무원들은 일상생활에서 사라진 '난해한 용어'들을 민원인과의 대화에서조차 쏟아내고 있었다.

국립국어원이 1995년 내놓은 행정용어 순화안에 '해촉', '제척'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대구시내 구청 조례에는 이같은 용어들이 버젓이 실려 있다.

홍사만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주민들에게 친숙한 법과 행정이 되려면 관행처럼 여겨온 어려운 한자어 중심 문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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