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 이전으로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이번엔 '기권패'라는 오점을 더하며 프로축구판에 찬물을 끼얹었다.
제주는 16일 오후 5시 포항 송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축구 삼성 하우젠컵 2006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0-2 기권패를 당했다.
제주가 주장하는 경기 불참 사유는 연맹의 일방적인 경기시간 변경이다. 예정됐던 시간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해왔는데 갑작스런 변경으로 정상적인 경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애초 이 경기는 지난 15일 오후 7시에 포스코 본사 내에 위치한 포항전용구장에서 치러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북 포항지역 건설노조원의 포스코 본사 점거 및 입구 봉쇄로 인해 경기 개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연맹과 포항 구단은 14일 급하게 인근 지역 4-5곳의 경기장을 섭외했으나 모두 경기 개최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6일로 경기를 순연키로 하고 장소는 포스코 사태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포항전용구장이나 송라경기장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송라구장의 경우는 조명시설을 갖추지 않아 오후 5시로 킥오프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번 경기 일정 및 장소 변경은 예측하기 힘들었던, 어쩔 수 없는 요인 때문이다.
서로 한발만 양보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했더라면 24년째를 맞는 한국 프로축구사에서 4차례 밖에 없었던 기권 또는 몰수패가 재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순연되면 다시 경기일을 잡기조차 힘들 만큼 빡빡한 연맹의 연간 일정은 문제다. 하지만 일단 포항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관중 수입까지 포기한 채 훈련구장인 송라구장을 차선책으로 마련하는 노력을 보였다.
"연맹이 일방적으로 경기 시간을 바꾼 뒤 제대로 통보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제주 구단 관계자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주 구단의 홈페이지의 뉴스란에는 이미 연기가 결정된 14일에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송라구장에서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올 초 제주는 "국내 프로축구 발전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약속하며 연고지를 부천에서 제주로 이전했다. 연맹과 각 구단은 '그래도 동업자'라며 프로 축구팬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 연고 이전을 승인했다.
하지만 제주는 이번에 고집불통 식으로 동업자 정신을 깨뜨렸다. 팬들과 신의도 저버렸다.
일부 축구팬들은 프로팀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신을 한 제주는 잔여경기도 몰수패 처리하는 등 중징계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제주의 기권패는 한국 프로축구 발전을 일보 후퇴시키는,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촌극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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