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르포 낙동강] ②강가의 식물

입력 2006-07-14 07:13:20

'코스모스, 민들레, 나팔꽃...'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꽃들의 공통점은 뭘까? 아쉽게도 토종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歸化)식물이라는 점이다.

언제 처음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짐짝에 실려 왔을 수도 있고 옷에 붙어 왔을 수도 있다. 귀화한 사람도 그러하듯 귀화식물이라고 꺼릴일은 아니다. 가을이 되면 맨먼저 떠오르는 코스모스는 우리 강산에 들어와 제대로 정착한 대표적인 식물이다. 그렇다면 강가에 사는 귀화식물은 어떨까?

▲강가의 귀화식물=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강변에 피어있는 예쁜 들꽃의 태반은 귀화식물이다. 얼핏 '들국화'라는 생각이 들어 조사팀에 물어보니 '개망초'라고 한다. 일제시대에 들어온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삼국시대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TV사극에서 주인공이 개망초가 하얗게 핀 들판을 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습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이맘때면 강가에 자갈이 많은 곳에서 노란꽃을 피우는 달맞이꽃도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이 맨땅에는 괜찮지만 강가로 진입하면 문제가 크게 달라진다. 귀화식물이 만발한 곳은 오염된 지역인데다 토종세력의 입지를 좁히기 때문이다.

(사)자연생태연구소 조영호 박사는 "귀화식물은 토종식물이 살 수 없는 곳을 비집고 들어와 빠른 속도로 자손을 퍼트리는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며 "귀화식물이 만발한 곳은 사람의 발길이 잦고 생태계가 파괴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산지가 외국인데도 기후와 풍토가 다른 곳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생명력이 무서울 정도다. 강변, 모래사장, 자갈밭이나 포크레인으로 땅을 뒤엎어 놓은 곳이든 장소, 환경을 가리지 않고 맨먼저 나타난다. 이때문에 귀화식물의 우점(일정한 범위안에서 가장 무성한 종류)정도에 따라 오염도 측정의 기준이 된다.

▲귀화식물이 많은 곳은?=청정지대인 상류지역을 제외하고는 낙동강 전 유역에서 발견된다. 봉화 현불사 입구에서는 개망초, 달맞이꽃이 약간 보이지만 백천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귀화식물은 전혀 없다. 사람의 발길이 그만큼 닿지 않기 때문이다.

중류인 안동댐 인근부터 귀화식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하류로 갈수록 종수도 많고 개체수도 크게 많아진다. 안동시 도산면 강변만 해도 미국가막살이, 도꼬마리, 돼지풀이 곳곳에 빽빽하게 자라나고 있다.

특히 조사팀은 구미, 대구쪽으로 내려오면 예전에는 거의 볼 수 없던 기생초, 벳지, 가시상치 등이 점차 우점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달성습지에 가보면 기생초가 노란꽃을 피우며 강변을 온통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얼핏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생태 측면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일이다.

이들 귀화식물은 잇따른 제방공사, 태풍 등으로 환경이 바뀌는 틈을 타 갈수록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가 강둑에 기생초를 대대적으로 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촌극까지 빚고 있다.

조 박사는 "귀화식물로 인해 씀바기, 고들빼기 같은 토종 국화종이 밖으로 밀려 개체수가 크게 줄었고 갯버들, 달뿌리풀 등의 자생종 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개발·조경을 할때 토종식물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협찬: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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