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부문에 관한 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한·칠레 등 다른 FTA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를 우려하듯 한·칠레 FTA에서 경험했던 사회적 갈등은 훨씬 강한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예상대로 '슈퍼 농업강국' 미국은 2차 협상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1차 협상에서 언급하지않았던 쌀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쌀의 한국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샅바싸움을 넘어 아킬레스건을 집중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 많은 것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앞으로 협상에서 양국간에 치열하게 다뤄질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
■미국의 이중적 잣대
미국측은 2차 협상에서 분야별 양허안 교환에 앞서 양허단계를 먼저 확정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요구는 우리측의 개방 속도를 앞당기고 민감품목 숫자도 일괄해 먼저 결정하려는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FTA 대상 전체 품목 1만1천262개 가운데 10%를 민감품목으로 합의할 경우 한국은 농산물만 해도 12%가 넘는 1천452개나 돼 그만큼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대에게는 적극적 개방을 요구하고 자국 농업의 개방에는 소극적인, 이중적 모습이 미국의 FTA전략이다. 지난해 미국·호주 FTA에서 호주는 모든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즉각 철폐키로 한 반면 미국은 농산물 전체 품목의 2/3만 없앴다. 미국의 최대 민간품목인 설탕은 양허대상에서 아예 제외됐고 쇠고기는 저율관세할당 수입제도(TRQ·수입초과 물량에 대해 관세를 물리는 제도)를 장장 18년 동안 유지키로 했다.
영남대 박재홍 교수는 "미국의 민감품목을 협상카드로 활용해 우리측 민감품목을 얼마나 협상대상에서 제외시키냐가 관건"이라며 "쉽진않겠지만 최대한 협상력을 발휘해야 '농업 파괴'의 위기를 맞지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보할 수 없는 TRQ·SSG
1차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미국측이 제안한 TRQ 관리방안과 우리측이 제안한 농산물긴급구제조치(SSG). 미국측은 수입농산물의 사용용도 제한·한국산 구매를 조건으로 한 쿼터 배분을 금지하고 국영무역·수입부가금 징수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영무역을 포기하면 농산물 수입 증가로 시장 불안은 가중되고 수입부가금이 없으면 농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된다. 또 국내외 가격차가 큰 농산물을 민간이 임의로 수입할 경우 국산 둔갑 등의 심각한 피해도 우려된다.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팀 이상호 박사는 "미국의 요구는 다른 분야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술로 풀이된다."라며 "쿼터관리제도는 WTO에서도 승인받은 제도로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산물긴급구제조치는 급격한 수입 증가나 수입가격 하락으로 국내 농업 피해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관세를 일시적으로 올려 '방파제'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측의 제안에 강력히 반대했다.
2004년 기준 우리 수입 농산물 가운데 미국산의 비중은 30% 가까이 된다. 대미 농산물 무역적자는 25억 달러에 이른다. 관세 빗장이 풀리면 훨씬 많은 미국산 농산물이 들어올 게 분명한 만큼 꼭 필요한 '보호장치'인 셈이다.
이상호 박사는 "미국도 호주와의 FTA에서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양파·마늘·쇠고기 등에 대해 농산물긴급구제조치 적용을 받아냈다."라며 "발동 요건과 적용 범위 등을 보완해서라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식탁안전 위한 마지막 보루, 위생·검역
지난 1차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SPS(위생 및 검역조치) 기준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95년 발효된 SPS협정은 식품 및 동식물 검역규제 적용에 관한 국제협정이다.
식품첨가물·오염물질 기준을 통과한 농축산물은 교역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무역의 비관세 장벽으로 사용, 자국 농업을 직간접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산 사과·배·복숭아·딸기·블루베리와 쇠고기 등을 수입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이에 맞서 이들 품목의 수입금지 해제를 위해 '수입위험평가'를 요청해놓고 있다.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제농업연구센터장은 지난 6일 대구 EXCO에서 열린 FTA 토론회에서 "위생·검역은 농업부문 파급영향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협상 주제"라며 "SPS는 관세 문턱이 낮아져도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최후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경북에서 현재 미국으로 수출하는 과일은 포도·배뿐인 형편"이라며 "미국이 외국 농산물에 대해서는 엄격한 위생기준을 내세워 진입을 막으면서 우리측 검역을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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