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르포 낙동강] 끊이지 않는 발원지 논란

입력 2006-07-07 07:18:12

낙동강 1천300리의 시작은 어디일까.

발원지로 강원도 태백시의 황지(黃池), 너덜샘, 용정(龍井) 등이 오르내리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뜨겁다. 이중 황지가 가장 앞서있다. 옛문헌의 기록에 있는데다 태백시가 이를 공식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덜샘은 지리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발원지이고 용정은 태백산의 신화와 맞물려 부각된 곳이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랐고 각자가 내세우는 논리도 명쾌했다. 얼핏 모두 타당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 조사팀 내에서도 의견 통일이 되지 않았다. 낙동강의 물줄기가 처음 시작되는 지점이 무려 1천623곳이나 되다보니 불거지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원조 발원지 황지

하루에 5천t의 물이 솟아나는 큰 연못이다. 연못 밑 큰 구멍에서 용출되는 물은 황지천을 거쳐 드넓은 영남 평야로 흘러간다. 다른 발원지에 비해 규모가 가장 크고 실체적인 힘을 갖고 있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발원지는 낙동강 생태계를 부양하는 최초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황지는 태백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몇 발짝만 걸어가면 시장이 있고 인근에는 유흥가가 늘어서 있다. 20여년 전 공원으로 조성돼 태백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낙동강 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라고 새긴 집채만한 돌비석이 방문객을 맞지만 영남 전체를 아우르는 강의 원천으로서의 신성함이나 감상이 전혀 다가오지 않았다. 시멘트 산책로와 못 주변의 조경석, 화초 등을 보고 나면 공원 이상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황지의 약점이 아닐까. 신화가 퇴색되면 숱한 도전을 받기 마련이다. 80년대 중반 이후 주변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공사는 황지의 신비감을 없애는데 한몫한 것이 아닐까.

◇너덜샘과 용정

너덜샘은 낙동강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발원지다. 함백산 줄기의 은대봉(해발 1천442m) 동쪽계곡에 있는데 숲을 헤치고 올라 가다보면 눈에 띄는 자그마한 샘이다. 물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면 마치 앞산 약수터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너덜샘은 너덜바위 사이에서 솟아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너덜이란 암석이 풍화돼 산 사면에 수북이 쌓여있는 돌 무더기를 뜻한다.

이진국 경동정보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황지연못은 상징적 의미의 발원지이고, 용정은 단순한 샘"이라면서 "너덜샘 아래에는 마치 하천처럼 빠른 속도로 물이 흘러 황지천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발원지가 맞다."고 설명했다.

용정은 태백산 천제단 바로 아래 망경사(望景寺) 앞에 있다. 해발 1천470m에 자리잡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이다. 그 옛날부터 천제(天祭)의 제수(祭水)로 쓰였다 하니 신비감만 놓고 볼 때는 다른 발원지보다 훨씬 앞선다. 그러나 요즘 들어 거의 물이 솟아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서 다소 비켜나 있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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