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축소' 주말 극장가 표정

입력 2006-07-03 08:00:26

1일부터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축소 시행되고 이동통신사 제휴 영화관람료 할인혜택이 대부분 폐지된 가운데 7월 첫 휴일 서울 주요 극장들에서는 예년 성수기보다 관람객이 감소한 가운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만 손님이 몰렸다.

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인기 영화 표가 상영 예정시각 수시간 전부터 동나는 평소 휴일과 달리 이날은 12개 상영관 중 매진되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주말이면 늘 장사진을 이루던 매표구에 줄을 서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으며 영화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이 드물어 극장 구내 매점에도 자리가 넉넉했다.

서울극장 팝콘 판매점에서 1년 전부터 일해온 아르바이트생 홍모(21·대학생)씨는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주보다는 나아졌지만 예년 성수기에 비하면 관객 수가 현격히 적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진구 구의동 강변CGV에서도 평소 주말과 달리 상영관 절반 이상에서 좌석이 남았다. 저녁 표가 매진된 영화는 상영관 11개 중 3개를 차지한 '수퍼맨 리턴즈'와 1곳에서 상영되는 국산 영화 '비열한 거리'뿐이었다.

한 매표소 직원은 "주말 오후 시간대부터는 인기가 떨어지는 영화들도 매진이 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며 "확실히 예년 성수기보다 관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객 감소 현상은 월드컵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대형 화제작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이통사의 할인제 폐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여름철 대공세'에 밀려 국산 영화들이 고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극장의 경우 상당수 상영관에서 자리가 듬성듬성 빈 가운데 4곳에서 상영하는 미국 영화 '수퍼맨 리턴즈'에만 사람들이 몰렸다. 이 극장 상영관 12개 중 국산영화를 건 곳은 4곳에 불과했고, 강변CGV도 11개 상영관 중 4곳에만 국산 영화를 올렸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1일과 2일 이틀간 미국 영화 '수퍼맨 리턴즈'가 전체 예매실적의 56.00%를 점유했으며 '비열한 거리'(12.96%), '아랑'(7.56%), '아치와 씨팍'(3.29%), '강적'(1.91%) 등 국산 영화 예매는 이에 한참 못 미쳤다.

올 5월 이후 예매율 1위는 '미션 임파서블 3', '다빈치 코드', '포세이돈', '엑스맨:최후의 전쟁', '수퍼맨 리턴즈'등 할리우드 영화가 9주째 휩쓸고 있다.

따라서 이통사 할인 폐지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비인기 영화에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퍼맨 리턴즈'는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에 따르면 금요일인 지난달 30일 전국에서 15만8천명이 들었고, 이통사 할인혜택이 없어진 1일에는 38만3천500명이 드는 등 변화된 제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워너브라더스는 "2일에도 전국적으로 35만명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수치는 이통사 할인 폐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을 스크린쿼터 축소와 연관짓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으나 극장 관계자들은 "영화 개봉 일정에 따라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기복"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강변CGV 관계자는 "스크린쿼터 축소의 영향은 거의 없으며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통사 제휴 할인혜택이 폐지되면서 고객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신용카드사와 제휴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제작자들은 스크린쿼터 축소의 영향이 당장 7월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을지 몰라도 극장의 상영 기피, 한국영화 투자 축소, 한국영화 경쟁력 악화 등의 수순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국내 영화인들의 태도와 대조적으로 관객 대부분은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국산 공포영화 '아랑'을 보러 온 중학생 김모(15)군은 "스크린쿼터 축소로 우리나라 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줄어드는 점은 안타깝지만,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경쟁력을 갖춰 발전의 계기로 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주요 극장 매표창구에서는 할인혜택을 받으려고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를 보여 줬다가 "이통사 제휴할인이 폐지됐다"는 매표원의 설명을 듣고 머쓱해하는 관람객이 종종 눈에 띄었다.

'비열한 거리'를 보러 친구와 함께 강변CGV를 찾은 김모(21·여)씨는 "휴대전화 요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할인혜택이 폐지돼 짜증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극장협회가 7~8월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1천원 현장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인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하는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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