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에서 출발해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1시간 10분 남짓 달려가면 서안동 나들목이 나온다. 요금계산소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풍산'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나오고 길을 따라 10분 남짓 가면 아담하게 자리잡은 풍산읍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매월 3, 8일로 끝나는 날에 장이 열리는 유명한 '풍산 5일장'을 만날 수 있다.
풍산장은 다른 5일장과는 겉모습부터 사뭇 다르다. 아직 준공식을 갖지는 않았지만 올 봄에 완공된 깔끔한 장옥이 처음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플라스틱으로 비가림 천장을 만든 탓에 재래시장의 옛스런 멋을 잃어버린 다른 5일장과는 달리, 이곳은 소박하게 지은 기와집 장옥들이 시장 거리를 빼곡이 채우고 있다. 장터 초입에서 200여m에 이르는 거리를 따라 기와 장옥과 초가지붕 모양을 흉내낸 장옥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게다가 시장 전체에 붉은색 아스팔트를 깔고, 하수로까지 깔끔하게 정비했기 때문에 비나 눈이 와도 행여 흙탕물이 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지난 2003년부터 20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안동시청 권대성 상정담당은 "아직 공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옥 자체가 활성화되지는 못했고, 노점상 중심으로 5일장이 운영된다."며 "조만간 장옥 및 노점 분양 또는 임대 관리를 통해 시장을 바꿀 계획이며, 문화상품과 연계한 재래시장 투어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주차장이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시장 뒤편 공터에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 있다. 대개 장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나마 여름철이라 오후 늦게 장이 열리지만 대개 오후 3시를 넘어서면 파장 분위기다. 이곳에서 살 수 있는 상품은 인근 지역 농민(대부분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키워 가져온 채소류와 곡식류. 한 손으로 쥐기도 힘들만큼 커다란 파 한 묶음이 단돈 1천 원, 잘 말린 마늘 한 접에 1만 5천 원(오후에 가면 1만 원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산에서 재배한 더덕이 1㎏에 1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찹쌀과 기장 등 갖가지 곡식류도 있다.
경북도 재래시장 투어팀이 지난 23일 풍산장을 찾았을 때, 주부들이 가장 선호한 상품들 역시 채소와 곡식이었다. 하지만 곡식류는 국산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투어팀을 따라 장터에 온 한 주부가 잡곡류를 살 때, "이거 국산 맞아요?"라고 묻자, 좌판을 펼쳐놓은 할머니가 "허허, 요즘 국산 잡곡이 어데 있노? 다 수입이야. 우리는 수입이면 수입이라 칸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엄격히 말하면, 원산지 표지 위반이지만 그렇다고 속이진 않는다. 묻지 않아도 수입은 수입이라고 말한다.
풍산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을거리. 특히 소고기로 유명한 안동답게 소 불고기가 별미다. 장터 인근에는 소 불고기 전문점들이 서너 곳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선 1인분씩 판매하지 않는다. 냉면 그릇에 가득 담긴 양념 소 불고기(한 근)이 2만 2천 원. 4인 가족이 가면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 이날 투어에 함께 참가한 중국 허난성 교환공무원인 위카이(37)씨는 "재래시장의 모습이 중국과 너무 비슷하다."며 "특히 풍산장은 인심도 좋고, 소 불고기 등 먹을거리도 넉넉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풍산까지 간 마당에 하회마을을 놓칠 수 없다. 풍산장에서 하회마을까지는 9㎞ 정도. 자동차로 넉넉잡아 15분이면 충분하다. 또 서애 유성룡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1613년(광해군 5년) 지방 유림이 세운 병산서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절묘한 경치와 뛰어난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서원이다. 하회마을에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내친 김에 봉정사도 들러보면 좋을 듯. 병산서원에서 29㎞ 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한편 재래시장 투어단은 대개 90명 정도로 이들이 한번 시골 장을 방문할 때 구입하는 금액은 한 사람당 5만~10만 원에 이른다. 경북도청 유통경제담당 정석권 사무관은 "매월 네째주 금요일에 재래시장 투어를 떠나는 것으로 예정돼 있고, 대개 둘째 또는 셋째주에 도청 홈페이지 알림마당을 통해 행사 내용이 소개된다."며 "워낙 참여하려는 주부들이 많아 신청일 오전 중에 마감이 끝난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투어에 참여하려면 홈페이지(http://mart.ktp.or.kr) 또는 전화(053-950-3213)으로 하면 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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