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열정과 연극에 대한 신념 하나로 십수 년을 지켜왔던 무대와 함께 했던 수많은 연극동지들을 뒤로 한 채 타 도시로 연극하러 떠난 자네. 잡지 못하고 그냥 웃으며 떠나보내 버린 선배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만 가득할 뿐이었다네.
"형, 곧 돌아올게!" 하고 떠난 지가 벌써 몇 년이 훌쩍 지나 버렸고 함께 땀 흘렸던 수많은 공연들이 이제는 기억 한편에 머무르고 있을 뿐 언제 다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그리움만 가득하네.
늦은 결혼을 하면서 마냥 좋아하던 자네가 막상 가정을 꾸리다 보니 몇 푼의 출연료로는 가장의 역할은 고사하고 앞이 안 보이는 암담한 현실에 떠나는 자네에게 해줄 수 있었던 말은 "그래, 곧 대구도 상황이 좋아질 거야, 그때 다시 당당히 입성하는 거지 뭐!"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했었건만 아직껏 별반 달라진 것 없는 현실에 미안하네.
자네도 알다시피 각 도시마다 시립예술단체들이 있지. 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국악단, 극단 등 다양한 예술단체들이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향수를 제공하면서 나름대로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하며 예술적 기량을 한껏 높이고 있다. 그 만큼 시립예술단에 속해있는 예술인들은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에 비해 다소나마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하고 있어 한편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각고의 개인적 노력 끝에 이루어낸 성과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대구시립예술단의 다른 단체에 비해 유독 극단만이 단원수가 적다는 것이지. 지금의 시립극단에는 예술감독을 포함한 10명이 고작이야. 이게 단지 시예산만의 문제라면 이는 분명히 시정되어야할 것이네.
후배!
자네도 대구시립극단에서 단원을 충원하지 않으니 타 지역의 시립극단으로 들어갔으니 이는 대구의 연극재원을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는 형국이 되어버렸잖은가!
하루빨리 대구시예술단에서는 극단 단원을 충원해서 지역의 기존 연극재원 뿐만 아니라 전국의 연극재원들을 선발하여 대구연극의 발전을 도모할 일이다. 아울러 대구지역의 연극관련학과에 재학 중인 젊은 연극학도들에게도 그 기회가 부여되어 연극에 몸담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할 때라고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의 민간극단들도 활기를 띌 수 있고 함께 발전해갈 수 있기에….
또 그래야만이 자네를 다시 대구의 연극무대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승하시게.
성석배 극단 처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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