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잘 굴러가네."
마분지를 오려 만든 자동차는 널빤지 내리막길을 제법 잘 달린다. 바퀴 축은 플라스틱 빨대, 몸체는 종이다. 재료는 같지만 이름은 '피자 호(정말 삼각형 피자모양을 닮았다)', '떡칠 1호', '제트 카' 등 주인 마음대로다. 이름만큼이나 모양도 제 각각이다. 뒷바퀴가 더 큰 놈, 바퀴가 세 개인 놈, 개중엔 스포츠카 처럼 늘씬한 차도 있다. 복도 끝까지 내 달린 차를 쫓아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신난다.
지난 20일 중구 남산초등학교 4교시 '자율발명 교실' 시간. 신암중학교 1~3학년 20명이 과제로 받은 '무동력 자동차' 제작에 푹 빠져 있었다. 남산초교는 범일중학교와 함께 동부교육청 내 학생들을 위한 발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곳. 전교생 980명 중 40명이 발명반에 속해 있는데, 이 날처럼 2주에 한 번 다른 학교 학생들을 위한 체험 교실도 열고 있다. 꿈나무 발명교실, 발명 영재반, 여름발명 캠프, 발명교육 연구회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종이로 만든 자동차라고 해서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경사면을 잘 굴러가려면 바퀴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앞바퀴보다 뒷바퀴가 클 수록 낫다. 차체도 유선형일수록 낫다.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마찰력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이 숨어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할수록 차는 더욱 발전한다. 김종규(13·중1년) 군은 "무게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하기 위해 차 앞에 구슬을 달았더니 속력이 빨라진 것 같다."고 했다. 황도빈(15·중3년) 군은 "바람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구조를 유선형 모양으로 단순화시키고 바퀴 균형에도 최대한 신경 썼다."고 말했다.
칠판 위에 걸린 '엉뚱한 발상 하나가 위대한 발명가를 낳는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교실을 빙 둘러 비치된 각종 대회 수상작들을 둘러보면 정말 그렇다. 이점형 남산 발명교실 담당 교사는 "막대형 커피포장지 안에 코팅 종이로 만든 작은 스푼을 넣어 커피를 저을 수 있도록 한 초등학교 3학년생의 발명은 실용신안까지 받았다."고 했다. 어른들은 포장지를 접어 커피를 휘저으면서 내내 불편하다 불평만 하는데 학생들은 창의력부터 발휘한다. 진동이나 벨 소리 대신 향기로 전화가 왔음을 알려주는 향기 알림 휴대전화도 지난 해 한 학생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모 대기업에서 제작중이다.
10년째 발명전담교사로 활동 중이라는 이 교사는 "창의력은 후천적인 학습·지도로 더욱 성장한다."며 "자기 생각을 자신있게 발표하는 아이, 문제가 닥쳤을 때 여러가지 해답을 제시하는 아이가 바로 창의력 있는 아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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