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중 나가는 늦은 저녁/ 다시 빈 집을 잠그는데/ 등 뒤에서 왁자지껄 웃음이 따라온다/ 내 그림의 밑바탕에는 항상 내가/ 진하게 칠해져 있었다/ 나는 빈 집에 돌아왔지만 빈 집이 아니었다'.
'시문학'(1990년)으로 등단한 문차숙 시인이 세번째 시집 '빈 집에 돌아오다'를 문학세계사에서 펴냈다. 이제 40대로 접어든 문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첫 시집 '사랑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다' 와 두 번째 시집 '앞지르기'에 비해 삶을 바라보는 눈이 안정되고 무게가 실렸다.
세상 안팎을 들여다보고 내다보는 눈높이와 깊이가 현저해지고 목소리가 두드러지게 무르익었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인생과 사랑을 노래하고 있어 모성적 빛깔도 띠고 있다. 그래서 일상이나 가족을 향할 때는 자상하고 따스함을 드러낸다.
아내나 어머니 혹은 딸로의 전통적인 미덕들이 훈훈하게 녹아있는 것이다. 읽는 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적시는 너그러움이나 인간의 향기를 멀리 오래 번져 나게게 하는 '젖음과 부드러움의 미학'을 발산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태수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문차숙의 시는 수수하다. 순탄한 완숙미를 보여준다"며 "애써 꾸미거나 억지스러운 제스처를 보이기보다는 일상의 느낌들과 그 안에서 물무늬처럼 번져 흐르는 마음의 파문들을 진솔하게 길어올린다"고 평가했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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