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창립하는 대구·경북 고용인적자원포럼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형태지만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지역발전 모델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기 때문에 원활하게 추진될 경우 바닥을 치고 있는 대구·경북 경제를 살리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화, 지식기반경제, 고령화, 수도권 비대화 등의 환경 변화에도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창립의 의미
이번 포럼 창립은 일자리 창출이나 인적자원개발과 관련해 지금까지 별개로 움직이던 지방자치단체와 산업계, 학계 등을 하나의 테이블로 모았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산·학·관의 파트너십 없이는 결코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지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각계의 반성이 작용한 것.
따라서 지역의 각계 대표들이 지역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시스템과 정책 개발을 위해 뜻을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토마스 코쿤 MIT대 석좌교수가 소개한 사례는 섬유산업 쇠락으로 위기에 빠진 우리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20세기 중반 미국 철강 생산지대의 중심부에 위치해 번창하던 두 도시가 철강산업이 쇠락한 1980년대 이후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현재 나타난 결과를 설명했다.
펜실베니아주 앨런타운은 기업과 노동계, 학계, 지역정부가 상호협력함으로써 31개 벤처기업이 18억 달러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해 2003년 실업률이 전국 평균을 밑도는 4.8%를 나타냈다.
그러나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은 철강과 무관한 기업, 노동계, 도심외곽지의 지도자들이 대부분 지역발전전략 수립 논의에서 배제됐고, 모두가 독자적인 행동을 함에 따라 2003년 실업률 6.8%에 앨런타운보다 10% 낮은 평균임금, 인구감소 등을 겪고 있다는 것.
▶역할 및 구성
대구·경북지역은 최근 새로운 고용 창출이 정체 상태에 있으며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운 상태다. 때문에 지역의 대졸 신규 구직자나 청년층 구직자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고용과 인적자원개발 간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善) 순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포럼에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한 각 주체들은 물적 인프라 구축, 세금감면, 기술지원 등 직·간접적 지원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이는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옮겨가는 기업들의 추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따라서 포럼은 생산성 높은 인적자원의 안정적 공급 시스템을 먼저 구축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이를 통해 고용을 양적, 질적으로 높여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는 첫 걸음인 셈이다.
대구·경북 고용인적자원포럼은 단일 형태가 아니라 분야, 라이프사이클 등에 따라 조직되는 5개의 포럼으로 구성된 일종의 협의회다. 협의회에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등 포럼참여기관 대표들과 노동청장, 중소기업청장 등 지역의 주요 기관단체 대표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CEO포럼, 노사윈윈포럼, 청년포럼, 희망포럼, 산업포럼 등 협의회를 구성하는 5개의 포럼은 각기 산업이나 기업의 인적자원 개발,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직업능력개발과 일자리 창출 등을 모색하게 된다. 여기에서 기업과 구직자, 고령자나 여성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구들을 만들고 협의회를 통해 이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향후 발전 방향
포럼의 목표는 한 마디로 지역의 지식경쟁력을 높여 실업 없는 사회로 가자는 것이다. 지역민은 원하는 일자리에서 필요한 직업능력을 필요한 시기에 개발할 수 있고, 기업은 생산성 높은 지닌 인적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음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효수 영남대 교수는 이와 관련, 지역경제사회선진화파트너십(RESAP: Regional Economic and Social Advancement Partnership)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 주도로 각계의 파트너십에 기초한 고용인적자원 개발전략을 추진해 경제선진화(경제경쟁력)와 사회선진화(취약계층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라이프사이클 단계별로 직업능력개발체계를 구축·관리하는 지식경쟁력위원회, 산업클러스터별 체계를 개발·관리하는 혁신클러스터위원회, 취약계층을 개발·관리하는 학습공동체위원회 등이 만들어지며 노동과 교육시장의 정보 허브 역할을 하는 학습·고용정보센터를 두도록 설계돼 있다.
이 교수는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에까지 이 같은 모델을 구성해 인적자원의 개발·유통·활용을 원활히 함으로써 노동시장이 건강해진다."며 "이를 통해 대구·경북은 지식경쟁력이 높은 지역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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