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찾아 삼만리?'…목숨건 중국행

입력 2006-05-10 11:04:13

9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만난 소모(52·광주시) 씨. 그는 지난해 중국을 다녀왔다. 남들 다 가는 중국여행?. 아니다.

5년 전 알코올성 B형간염과 지방간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간 소 씨. 지난해 '명의'로 소문난 서울의 한 종합병원으로부터 3개월 시한부 생명이란 판정을 받았다. 간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병원 측은 말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를 덮쳐오자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넜다.

중국 베이징 경찰무장총병원에 지난해 9월 입원했다. 행운이었을까. 소 씨의 혈액형과 같은 사형수의 간이 곧 도착했다. 1억 6천만 원의 시술비와 입원비가 들었다. 간 이식 수술과 함께 3개월간의 입원 기간동안 회복기미는 없었다. 배에 물이 차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의식도 없었다. 수술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혼수 상태의 그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전국을 찾아 헤매다 대구로 왔다.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국내에서 장기를 찾을 수 없으니 연간 수백 명, 수천 명이 중국으로 가고 있는데 중국행이 결국 황천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진밖에 믿을 사람이 없더라."라고 고백했다.

장기 이식수술을 위해 중국행을 선택했던 사람들의 '컴백홈'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행 과정에서 극소수만 생명을 건지는 탓이다.

국내 의료계는 장기기증이 턱없이 모자라 '목숨을 건 중국행'이 잇따르고 있다며 '장기기증 문화'를 정착시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8천여 명. 신장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이 5천735명에 이른다. 이어 ▷간장 1천813명 ▷췌장 162명 ▷심장 159명 ▷폐 49명 등 7천915명의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장기기증자는 연간 100명도 되지 않는다. 대구가톨릭병원 김미경 코디네이터는 "대구가톨릭병원 경우, 간장이식에만 50여 명의 대기자가 있는 실정"이라며 "교통사고나 뇌출혈등으로 인한 뇌질환이 있으면 가족들이 기증의사를 밝힐 경우에만 기증을 받을 수 있어 실제 이식 수술건수는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이 병원이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간장 이식건수가 6건에 불과했다. 김 코디네이터는 "장기이식 등록을 해서 이식수술을 기다리긴 하지만, 기증자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결과가 걱정되지만 중국으로 간다는 환자들을 굳이 말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병원에 '가슴 따뜻해지는 소식'이 전해졌다. 혼수상태에 빠져 회복 불능 판정을 받은 11살 소녀가 지난달 말 세상을 떠나며 장기를 기증, 3명의 목숨을 살린 것. 소녀의 신장과 간으로 40대와 50대, 60대 환자 3명의 목숨을 구했다. 소녀로부터 간을 받은 60대 환자는 간경변으로 고통받다 중국행을 결심, 수속까지 밟다가 소녀덕분에 삶을 되찾았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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