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 업무·상업 중심지서 '주거타운' 전락?

입력 2006-05-10 11:10:31

대구의 대표적 업무·상업 중심지역인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가 주거 타운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 붐이 이어지면서 기존 5개 단지외에 올해 말까지 6개 단지, 3천여 가구가 분양 계획을 세우고 있어 신축 공사가 완료되는 2010년이 되면 업무용 빌딩을 대신해 10여개가 넘는 고층 주상복합 단지들이 범어네거리를 둘러싸게 될 전망이다.

특히 대구시가 주상복합 단지 난립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인 단지내 아파트 비율 하향 조치를 계속 미루면서 난개발을 자초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범어네거리 일대는 도시 장기 발전 계획상 벤처, 금융 등 업무용 공간이 들어서야 할 대구의 성장동력과 같은 곳"이라며 "향후 주거 단지로 개발이 끝나게 되면 잠재적인 성장 여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이 일대에서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을 추진중인 곳은 범어네거리 동남향 방향에 2개 단지, 북동향과 북서향 지역에 각각 2개 단지 등 모두 6개 단지로 이미 분양을 마친 곳까지 합치면 11개 단지(5천 가구)에 이르게 된다.

이중 두산의 위브더 제니스(1천500가구) 남편 1만여평의 부지에 50층(803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지난주 교통영향 평가를 통과했으며 남쪽편 인접 부지(2천800평)에는 롯데건설이 6월말쯤 34층 높이의 주상복합 252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또 법원 정문 북측 지역에는 화성산업이 오는 6월 297가구의 주상복합을, 법원 서편의 8천700평(600가구) 부지와 신세계 예식장을 포함한 6천500평(570가구) 부지에도 주상복합 단지가 올 하반기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축 주상복합 단지들은 저층 업무용 빌딩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서게 되며 아파트를 제외한 단지내 상업 면적 대부분이 할인점이나 의류매장 등 단순 판매 공간으로 추진되고 있어 개발이 끝나는 2010년이 되면 범어네거리의 주기능이 주거 타운으로 바뀌게 된다.

대구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인 모 교수는 "업무용 공간은 교통이나 동선 등을 고려, 적정한 공간에 밀집시켜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범어네거리 일대"라며 "그러나 이곳은 주거 공간으로는 적절치 못한 장소로 향후 업무공간 부족과 교통 체증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난립하는 주상복합을 제재할 현실적인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가 지난해부터 주상복합 난립을 막기 위해 단지내 상업 시설 면적을 10%에서 30%로 상향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했으나 빨라도 올 7월을 넘겨야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고 시행·시공사들은 조례 통과 이전에 무더기로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해 교통영향평가나 도시계획 심의에서 용적률을 대폭 낮추는 등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지만 개발붐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상업시설 의무 면적이 상향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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