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부도덕한 공무원이 승진하는 이유

입력 2006-05-09 07:18:30

공직사회에선 인사가 만사다. 그래서 한땐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경북에서는 단체장이 인사를 잘못하는 바람에 공무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상명하달식으로 물흐르듯이 이뤄져야할 행정이 삐걱거리는 일이 민선 자치단체장 선출 이후 가시화하고 있다.

또 부도덕한 공무원이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거나 승진인사 시점까지 그 사실을 감추고 승진하는 등 지자체의 인물검증시스템도 겉돌아 공직사회에선 내부대로 불만이고, 외부에서는 아직도 공무원 비리가 횡행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속속 불거지고 있는 경북도 공무원들의 비리연루 사실을 보노라면 인사관리시스템이 여전히 엉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리로 내부징계 절차를 밟아야할 사람이 영전 또는 승진하는 가 하면, 다면평가 등을 거쳐 승진한 인사가 몇년 전에 저지른 비리로 사법처리를 당하는 등 커다란 오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단체장이 인사권을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인냥 맘대로 휘두르기 때문이다.

김용암 영양군수는 군쓰레기소각장 설치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 의해 통보된 S씨를 지난해 12월 5급(사무관)에서 4급(서기관)으로 승진시키는 납득할 수 없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것도 전임자가 오전 10시에 퇴임하자 오후 2시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문제의 S씨를 군 단위에서 서기관급으로는 유일한 기획감사실장직에 보임한 것. 정상인 징계절차를 밟았더라면 S씨가 승진할 수 없었는 데도 왜 군수는 부도덕한 공무원을 승진시켜야만 했을 까? 도가 군수를 직무유기로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우자 김 군수는 뒤늦게 해당 인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 다음주 징계수위를 정하지만 직급을 낮출 수는 없는 처지다.

도의 인사난맥상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수 년간 여비 등 공금을 부당하게 지출한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은 J서기관을 지난해말 산림정책과장으로 영전 발령하고는 올초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했다. 또 2003년 모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받아 지난달 구속된 K(53) 과장도 올해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한 케이스.

이처럼 도와 일부 기초단체가 인사를 앞두고 부도덕한 공무원을 가려내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자치제 시행이후 단체장과 측근들이 공무원의 업무적 청렴도와 도덕성 등 공직자로서 갖춰야할 미덕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독선적으로 인사를 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로마제국 1300년의 존립에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인사'를 통한 통치세력의 건전성 유지가 중요한 몫을 했다. 동양에서도 유능한 인재발굴을 위해 한(漢) 시대 이후의 중국과 고려 이후의 우리나라처럼 과거제도가 시행됐다. '인사가 만사'임이 역사에서도 이처럼 다양하게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참고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재성 사회2부 차장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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