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2의 대선자금 수사'에 나설까

입력 2006-04-30 20:41:42

회의론과 적극론 상존…정치권 역풍 등이 변수될듯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수감한 검찰이 현대차 계열사의 비자금 1천214억원의 구체적인 용처 파악을 위해 '제2의 대선자금 수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현대차 비자금을 놓고 '제2의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금고의 비자금이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집중적으로 출금됐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구속영장 별지에 따르면 글로비스 금고에 보관돼있던 비자금은 2002년에 246억원이 출금됐고 특히 대선을 3개월 앞둔 2002년 9월에 21억원, 10월에 31억5천만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현대차 본사의 비자금을 보면 2001년 1월∼2005년 12월 사이에 모두 460억4천여만원이 조성됐고 이중 2002년에 168억2천여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4년 끝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검찰이 현대차가 한나라당에 100억원, 노무현 후보 캠프에 6억6천만원을 줬다고 결론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정치권에서는 '글로비스 비자금은 대선자금을 쓰고 남은 것'이라는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등 대선자금 잔금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과연 과거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전면 재검토하는 '제2의 대선자금 수사'를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과 적극론이 엇갈리고 있다.

회의론의 주요 근거는 공소시효 만료와 정치적 역풍 우려, 대선자금 수사 부실 논란, 재계 전체로 수사 확대 부담 등이다.

먼저 지난 대선에 적용되는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상 불법 정치자금 수수자는 최고 징역 3년에 처해지고 공소시효는 3년이어서 2002년 12월 이전에 오간 대선자금이라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할 명분이 약해진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라는 카드를 꺼낼 경우 정치권의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는데다 검찰이 지난해 수사권 조정 문제로 정치권의 눈치를 봤던 점에 비춰 대선자금 수사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검찰이 대선자금을 다시 뒤진다면 '대성공'이라고 자평했던 과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과거 수사팀 검사가 이미 현대차의 변호인으로 신분이 바뀐 점도 부담이다.

'제2의 대선자금' 수사를 하려면 현대차 외의 다른 대기업도 뒤져야 한다는 부분도 엄청난 장애다.

하지만 '검찰이 원하지 않더라도 대선자금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현대차 비자금 1천214억원의 용처를 파악하다 보면 '불법정치자금'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제공됐는지 밝히지 않고 애매하게 '불법정치자금으로 쓰였다'고만 발표하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 때문이다.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을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실은 사실대로 규명해 국민에게 낱낱이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이달 21일 브리핑에서 '5.31 선거를 앞두고 로비사건을 수사하면 정치권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수사는 나오는대로 하며 오해하든 말든 관계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미 정몽구 회장을 구속한 검찰에 "왜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놔두고 돈을 준 기업인만 처벌하느냐"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이러한 적극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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