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과 여행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 오래다. 우리 주변에는 '기러기 아빠'들이 적지 않다. 외국 여행도 일부 부유층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여행과 유학을 합한 여행수지 적자액이 한 해 동안 1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늘어나는 데 있다. 지난해는 그 전년보다 54%나 늘어났다. 이대로 가서는 내수를 받치는 경제 성장뿐 아니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틈을 줄이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교육을 통한 소수의 엘리트를 찾아내 그 사람들이 사회의 지배계층이 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유학이나 여행이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데 나도…' 식의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자세는 지양돼야 하지 않을까. 한 조사에 따르면, 유학을 결정하는 학부모들이 그런 경우가 55.1%나 된다.
○…미국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 중 우리나라 학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세관국(ICE)의 집계(지난해 9월 기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유학생은 무려 8만 6천626명이다. 미국 내 전체 유학생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인도(12.1%), 3위는 중국(9.3%), 그 뒤가 일본(8.6%), 대만(5.6%) 순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유학생의 동반 가족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동반 가족이 우리나라의 경우 5만 2천163명으로 2위인 중국의 1만 8천870명과는 엄청난 차이다. 다른 나라의 인구와 비교한다면 이 또한 경이적인 일이다. 미래를 보장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교육이라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다. 세계 각국은 이 때문에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그 전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나도 하면 된다'는 근성을 갖고 있다. 좋은 일이며 미덕이다.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키우려면 '뛰어난 머리'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게다. 다만 그 질이 문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학부모들의 허영심과 도피성 유학, 부실한 공교육이 '유학 권하는 사회'를 부추긴다면 반성해야 할 대목들이 적잖지 않은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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