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젓가락 하나, 결코 작지 않다

입력 2006-03-28 07:39:33

얘야, '작은 것이 사실은 가장 큰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큰 성벽도 맨처음 깨어져 나간 벽돌 하나 때문에 무너지고, 아무리 두꺼운 방죽도 작은 쥐구멍 하나 때문에 터지고 만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작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일수록 무섭게 여겨야 할 것이다.

옛 중국 땅에 은(殷)나라에 주(紂)라는 임금이 있었단다. 주는 은나라를 망하게 한 폭군이었지.

주의 신하 중에 기자(箕子)라는 현명한 신하가 있었단다. 그는 은이 발전하는 데에 크게 공을 세운 사람이었지. 임금이 제대로 정치를 못해도 기자가 앞장서서 모든 것을 바로잡아 나갔지.

어느 날, 주왕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게 하였다는 구나. 그러자 기자는 그것을 극구 말렸지.

"임금님, 상아로 젓가락을 만드는 일을 그만 두소서!"

그러자 주왕은 성을 내며 말했지.

"그래, 임금이 이까짓 것 젓가락 하나를 못 만든단 말인가?"

주왕이 듣지 않자 마침내 기자는 주왕을 떠나고 말았단다. 사람들은 그까짓 젓가락 하나 때문에 벼슬을 버릴 일이 뭐 있느냐며 수군거렸지.

그러자 기자는 이렇게 말하였단다.

"그까짓 것 젓가락 하나가 아닙니다. 상아젓가락이 생기면 거기에 맞도록 옥그릇으로 바꾸게 될 것이며, 옥그릇에 밥을 먹으면 거기에 어울리도록 음식을 산해진미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산해진미를 먹게 되면 옷이 초라해 보여 비단 옷으로 바꾸게 될 것이고, 비단옷을 입으면 거기에 걸맞도록 금은 보화로 치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 음식과 옷을 바꾸게 되면 궁전을 크고 화려하게 다시 짓게 될 것이고, 궁전을 다시 짓게 되면 백성들로부터 원망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임금 한 사람의 사치는 마침내 온 나라를 망하게 하고 말 것입니다."

얘야, 그 뒤 주왕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얼마 가지 않아 주왕은 정말로 기자가 예언한 대로 새로이 궁궐을 짓고, 좋은 옷을 찾으며 사치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단다.

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젓가락 하나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단다. 우리는 흔히 작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하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작은 물방울이 하나씩 모여 바다를 이루고, 달에서 보이는 만리장성도 벽돌 하나로부터 시작되는데…….

그리고 기자처럼 선견지명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자는 세상의 이치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애쓰지 않았니? 만약 주왕이 기자의 말만 잘 들었다면 아니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가려서 듣는 지혜만 가졌더라도 허황하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 순간 우리의 행동 하나, 생각 하나가 모두 나의 미래 모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단다. '시작이 아무리 작고 미약해도 그 나중은 심히 창대하게 될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도 있지 않느냐? A little is better than none.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매우 낫다.'는 서양 속담처럼 작은 것을 잘 키워 크게 만들어보자꾸나.

우리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를 하는 것도 모두 우리의 지혜를 기르기 위한 일임을 잊지 말거라.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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