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도 명품 바람'…장례식장 호화 경쟁

입력 2006-03-24 10:46:26

장례식장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1990년대 후반부터 '장례예식장' 간판으로 바꿔달고 도심으로 진출한 장례식장들이 최근엔 호텔 분위기는 물론 황금을 입힌 시신 안치냉장기까지 들여놓는 등 고급화, 차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2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파티마병원 장례식장(요셉관).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새단장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장례식장은 1천 호짜리 대형 소나무 그림이 내걸린 입구부터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 조문실은 모두 지상으로 옮겼고, 내부 인테리어 등 시설도 호텔 뺨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유족들을 위한 독립공간은 상(喪)을 치러본 사람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욕실은 물론 대형 TV에 인터넷까지 갖춰져 있다.

이곳 장례식장 도준갑 실장은 "조문실 분위기를 밝고 깨끗한 이미지로 바꾸려 조문실을 모두 지상에 배치하고, 인테리어와 조명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며 "지난 1년 동안 국내·외 장례식장과 아파트 모델하우스 등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이곳의 '명물'인 황금을 입힌 시신 안치냉장기는 국내 최초라 했다. 바깥은 물론 내부까지 황금으로 도금됐다. 하루 평균 안치되는 8구의 시신 가운데 대여섯 구는 황금을 선택할 정도로 유족들에게 인기라는 것.

2003년 문을 연 대구 수성구 욱수동 모레아 장례예식장은 지역 장례식장 시장에 명품열기를 지핀 곳. 장례식장에 호텔을 옮겨 따온 듯 '떠나는 이가 마지막 이승에서 머무르는 호텔'로 변신한 것.

이곳은 또한 '문화예술'이라는 옷까지 입혔다. 장례식장에는 은은한 음악이 쉴 새 없이 흐르고, 갤러리에서는 연중 미술전시회가 열린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과 조문객들의 무거운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능이 탁월하다고 했다.

지난해 지역에 처음으로 등장한 동구 용계동 대구전문장례예식장. 장례만 전문으로 하는 탓에 병원에 부속된 장례식장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급스러운 내부 시설도 그렇지만 조문실과 접객실의 공간이 넓은 것이 매력. 10개의 조문실 평균 넓이는 81.5평, 100평 이상 조문실도 3개다.

장례식장 변신과 관련, 모레아 장례예식장 이상권 부장은 "대구에 40여 곳의 장례식장이 생기면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꼼꼼히 챙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최근엔 고인의 1주기 제사까지 챙기는 등 장례 이후에도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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