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인선구도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최종 결심을 앞둔 시점에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의원이 급부상하면서 사실상 내정단계에 이른 듯 했던 청와대 내부기류가 22일 오후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의 간담회를 기점으로 김병준(金秉準) 청와대 정책실장이 2배수 유력후보군으로 다시 가세했기 때문이다.
표면적 흐름만 놓고 보면 지난 사흘 사이에 인선의 무게중심이 김 실장에서 한의원쪽으로 쏠렸다가 다시 두 사람이 경합하는 양상이 됐다. 일각에선 이날 청와대의 대외 공식창구인 대변인이 나서 김 실장의 '건재'를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전날까지만 해도 야당의 뜻을 중시하겠다던 청와대의 인선기준에 의미있는 변화가 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주중 총리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고, 낙점의 시한으로 여겨지는 24일을 이틀 앞두고 이처럼 총리 인선의 향배가 왔다갔다 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것으로 읽힌다.
김 대변인은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김 실장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는 것같고, 최근의 정치적 분위기를 본다면 한 의원이 보다 강점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말했다.
즉 노 대통령이 정책적 이상론과 정치적 현실론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미뤄 노 대통령은 일단 양극화 해법 마련 등 남은 임기의 주요 국정과제를실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데는 자신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리는 김 실장이 이상적이라고 보는 듯 하다. 90년대 초부터 노 대통령과 정책 분야에서 호흡을 맞춰온 김 실장은 참여정부의국정원리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부혁신에 대한 로드맵과 실천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집행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렇지만 '김병준 카드'는 당장 한나라당의 거부감 등 현실정치의 벽을 돌파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앞으로 야당의 협조 속에 국정을 안정.화합 기조로 끌고 나가려는 노 대통령의 구상이 첫 관문인 국회 인준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당장 총리인준 표결과 지방선거 등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야당의 반대가 덜 한 '한명숙 카드'를 대안으로 꺼냈지만 김 실장만큼 정책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강점이 청와대 대변인 표현을 통해 '정책의 연속성'(김병준)과 '정치적 분위기'(한명숙)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제시된 셈이다.
이러한 고민은 또한 노 대통령이 앞으로 새 총리의 위상 및 역할분담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정책코드가 맞는 김 실장을 발탁해 '책임총리제'의 기조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화합형의 이미지인 한 의원을 내세워'안정형총리'로 가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고민이 워낙 깊다보니 참모진의 의견도 엇갈리는 듯한 분위기다.
이 실장이 20일부터 연이틀 기자간담회를 자청, 향후 국정운영에 "야당이 큰 반대없이 인준동의를 해주실 분을 총리로 지명할 것"이라고 말해 결과적으로 '한명숙대세론' 확산에 기여한 것이 노 대통령의 의중을 '과잉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나온다.
물론 때마침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21일 노대통령에게 여성총리 기용을 건의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한 것도 '한명숙 카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것을 거들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거의 모든 언론이 '한명숙 총리' 지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도하자, 청와대는 22일 오후 "대통령께서는 두 분을 놓고 계속 고심과검토를 하고 있다"는 대변인 공식입장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노 대통령의 뜻을 '구술' 받아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이 정제된 표현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보다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해석상오류에 따른 불필요한 혼선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한 의원과 김 실장 후보 두 분이 100m 경주로 비유하자면 스타트 라인에 똑같이 서 있다고 보면 된다"며 "골인지점을 앞두고 누가 조금 더 앞서 달리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내부 기류를 전했다.
결국 인선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어떤 마지막 선택을 내릴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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