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이전할 지방 혁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보상이 연말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경북의 혁신도시가 들어설 김천 농소·남면 일대 주민들은 혁신도시 유치의 기쁨도 잠시, 몇 푼 안되는 보상금으로 삶의 터전을 잃지 않을 까 걱정이다.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하듯 이들 농민은 보상대책위원회 주민 대표들을 선출하는 한편 전국 10개 혁신도시 후보지 지주들과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
오랜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이주 대책과 함께 대토할 만한 수준의 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편입지 땅거래 끊겨
"60년을 넘게 이 마을에서 살았고 얼마 안가 여기에 묻혀야 하는 데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딜 옮겨가겠어? 게다가 논밭도 없구 오두막집 한 채 달랑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요즘 잠도 안와" 21일 남면 용전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배팔임(83·여) 씨는 걱정이 늘어졌다.
4명의 다른 팔순 할머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KTX 역사가 들어섰을땐 좋았지만 혁신도시로 결정되고 우리 마을은 큰일 났어. 혹 마을을 살려두고 건설을 한다면 몰라도 마을까지 모두 편입시키면 지금 이 나이에 보상금 몇 푼 받아 어딜 가겠어. 참으로 걱정이야. 대동아·6.25 전쟁 이후 느끼는 가장 큰 걱정꺼리"라고 입을 모았다.
가까운 옥산2리 속칭 모산마을. 마을 어귀에 모인 할아버지 5명에게 혁신도시 얘기를 꺼내자 "마을이 편입되면 어디 가서 살겠냐"며 임병열(71)씨가 버럭 화를 낸다. 그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이다 뭐다 해서 혁신도시에 편입되는 이 마을의 땅 거래가 중단된 반면 인근 지역은 땅값도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보상금도 충분히 마을을 유지하거나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병옥(80) 씨는 "이 나이에 멀리 갈 순 없고 고향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하니 땅 2평을 팔아야 겨우 1평을 살 수 있을 정도이니 보상금 받아봐야 옮겨 갈곳도 마땅잖다"고 맞장구다. 채일병(80) 씨는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걸 반대는 않지만 최소한 살 집은 마련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고함을 질렀다.
혁신도시 후보지 170만 평에 포함된 이 2개 마을을 포함해 농소면 월곡2리 속칭 용시마을, 남면 용전2리 속칭 우래실, 남면 운남2리 속칭 석정마을 등 5개 마을 330여 가구 주민 대부분은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혁신도시 유치의 기쁨도 잠시, 걱정에 빠졌다.
◇충분한 보상 이뤄져야
혁신도시가 수용방식으로 건설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편입지역은 땅거래가 거의 끊기고 땅값 인상 폭도 비편입지역에 비해 낮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5개 마을 주민들은 올해 공시지가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일대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평균 36~136% 올라 농지의 경우 평당 17만~25만 원이다. 그러나 이곳 땅값이 30~40만 원에 거래됐고 현재도 거래는 없지만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주민들은 여전히 너무 낮다는 반응을 보이며 마을마다 대표 10여 명씩을 선정, 보상대책위 구성을 논의중이고 전국 10개 혁신도시 후보지의 주민들과도 연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용전1리 박세웅(50) 이장은 "혁신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양도세와 인근 땅값 등을 고려,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 농사짓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업지구 결정 및 보상금 결과를 봐 가면서 보상대책위 구성과 전국 혁신도시 후보지와의 연계 등 생존권을 찾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월곡2리 이삼용(61) 이장은 "집단 이주가 불가피한 데 인근 땅값이 너무 올라 시세에 맞는 보상 수준이 안될 경우 대토할 곳이 없어 자칫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주택지 조성할 것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지원특별법은 지난 16일 건설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가운데 의견수렴, 법제처심사 등을 거쳐 6월 임시국회에 제출돼 통과되는대로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 따라서 혁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보상도 연말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경북 혁신도시 주사업시행자로 선정된 한국토지공사는 현재 사업타당성 및 기본구상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착공, 2012년 완공해 13개 공공기관 입주를 완료시킬 예정이다.
김천시는 전국에서 가장 으뜸가는 혁신도시건설과 편입지역에 대한 원만한 보상을 위해 행정력을 쏟을 계획이다.
김천시 김영선 세정과장은 "지주들의 요구에 따라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많이 끌어 올렸고 개별공시지가 산정때도 최대한 높이 올려 보상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환 건설교통국장은 "사업지구내에 이주택지 조성 등 대안이 있어 주민들이 걱정을 그렇게 하지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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