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인들도 쌀에 대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 행복한(?) 고민을 할 것입니다."
속타는 우리 농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의 쌀산업 관계자들은 칼로스쌀 등 수입쌀의 한국내 일반시판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들은 또 집에서는 한국쌀로 지은 밥을, 가정밖에서는 수입쌀 밥을 먹게 되는 사람들도 적잖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아니면 호주냐,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태국이냐?'
4월부터 본격 시작될 '밥그릇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인의 밥그릇을 두고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등 4개국의 한판승부가 본격화된다. 외국산 농산물로 우리 식탁이 점령당한뒤 유일하게 밥그릇 만큼은 100% 우리쌀 차지였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 같다. 일반시판이 시작되면 쌀 수출국이나 수입쌀 취급업자 할 것 없이 첫 개방된 쌀시장 선점 및 고객확보를 위한 홍보·판촉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앞으로 국내 쌀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파상적 공세에 한국쌀이 힘겹게 방어하는 3각 싸움에 호주와 태국쌀이 가세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곧 있을 수입쌀 공매입찰에 참가할 우리나라 업체들이 속속 관계 당국에 등록하고 있다. 이미 우리 밥그릇을 둘러싼 쌀전쟁은 조용히 그러나 한치 양보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칼로스쌀의 파괴력은
수입쌀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가격경쟁력. 역시 미국이 내세우는 칼로스 쌀의 경쟁력도 첫째 가격. 우리보다 높은 생산성과 우리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낮은 생산가로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
미국 현지에서는 칼로스 쌀이 kg당 1달러 정도에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쌀과 상당한 가격 차를 보이고 있다.
수입쌀의 국내 일반시판 가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내산 쌀보다 적잖은 차이를 보일경우 국내쌀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쌀의 가격하락도 점쳐져 국내 쌀산업의 어려움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쌀 협회 밥 커밍스 부회장은"기본적으로는 한국시장에서 미국쌀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한국 쌀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일반시판 시 칼로스쌀의 판매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산 쌀 수입가격과 국산 도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미국산은 kg당 474원인 반면 국산은 2천109원이었다. 미국산이 국산의 2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데서도 미국쌀의 가격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다.
품질도 위협요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쌀 시판에 앞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칼로스쌀은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 가계에서 구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쌀시장 개방에 앞서 이뤄진 한· 미· 일· 중 등 4개국 쌀품질 평가조사에서는 일본 쌀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한국과 미국쌀은 중간 정도의 평가에 그쳐 칼로스쌀의 판매 가능성을 드러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밸리에서는 한국과 일본, 대만시장을 겨냥해 아키타고마치와 고시히카리 등 밥맛이 좋은 일본 품종들을 재배, 아시아 자포니카 쌀시장 공략에 나섬에 따라 맛 경쟁력도 높이고 있어 우리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워싱턴D·C에서 식당업을 하는 한 재미교포는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품종을 재배,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면 국산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 걱정했다. 또한 그는 "뉴욕이나 워싱턴 등 미동부지역의 교포들 식당은 물론 교포들은 대부분 캘리포니아 칼로스쌀을 구입해 쓰는 형편"이라 말했다.
US데이비스대학에서 미국농업을 연구중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안병일 연구원은 "아시인들의 입맛에 맞는 품종의 쌀생산으로 시장공략에 나서는 것 같다"면서 "한국으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쌀협회 팀 존슨 대표는"칼로스쌀은 일본에서 품질과 소비자 반응도 괜찮은데도 시중에는 아주 적은 양만 나와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도"일본에서 수입하는 쌀의 50% 정도를 차지한다"며 칼로스쌀의 경쟁력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미· 중 삼국 쌀전쟁
그러나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입쌀 일반시판에 맞춰 한·미·일 3개국 쌀 소비자 가격을 분석한 결과 미국쌀은 국산 저가미 수준, 중국쌀은 국산 저가미나 미국 쌀보다도 낮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제로 이 연구원이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는 고소득 및 중산층에서는 미국쌀 소비의향을 보인 반면, 중국쌀은 중산 및 서민· 극빈층에서 구입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쌀협회 밥 커밍스 부회장도"한국시장에서 미국쌀이 기본적으로 가격과 품질면에서 한국쌀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지만 가격 문제에서는 중국쌀이 미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간 밥쌀용 쌀의 30% 정도를 소비하는 가정밖 소비(외식업체와 급식업체 등) 경우 수입쌀 구매의향조사에서 수입쌀 가격이 우리 쌀에 비해 일정 수준 싸면 수입쌀을 구입하겠다는 반응(외식업체 56%와 급식업체 59%)이 높아 음식업 및 급식업계에서의 국내쌀 위축이 현실화될 것 같다.
주미 한국대사관 김재수 농무관은 "수입 쌀에 대한 호기심과 쌀 판매 업자의 적극적인 홍보로 초기에는 어느 정도 외국산 쌀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 쇠고기 시장을 두고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가 광고전과 판촉 행사로 국내 쇠고기 시장을 야금 야금 잠식, 최고 70%까지 차지해 왔던 것처럼 쌀이라고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농림부나 농수산물유통공사측은 1등급 수입쌀의 국내시판 가격을 국산 쌀의 80~90%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 이들 업체와 같은 대량소비처의 국산쌀 소비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형할인점들이나 백화점, 슈퍼마켓 등이 이익 및 고객확보를 위해 경쟁, 중저가미 위주의 수입쌀을 취급할 것으로 보여 고가미 보다는 중저가미를 중심으로 국산쌀과 수입쌀과의 치열한 판매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조사연구소 전찬익 정책연구팀장은"서민층을 비롯해 식당이나 급식업소 등이 경비절감을 위해 저가미인 중국이나 호주 산을 구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 팀장은 또한"일단 잠재적 소비층이 형성되고 입맛이 길들여지면 가격인상에도 수입쌀 소비층은 그대로 유지돼 국산쌀의 소비층은 더 줄어들 것"이라 우려했다.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에서 정인열기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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