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색깔로 병 다스리는 '원예치료' 주목

입력 2006-03-21 17:33:19

꽃이나 나무를 기르면서 병이나 마음의 상처를 다스린다는 '원예치료'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 향기를 맡고 눈으로 색상을 즐기는 그 자체가 이미 치료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대체의학 개념.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가정에서도 장소별로 어울리는 식물이 있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원예치료를 알아본다.

"새장에 갇힌 새를 표현해보자." 이달 초 가톨릭재단에서 운영하는 대구 수성구의 한 청소년 쉼터. 이곳에서 생활하는 가출 경험이 있는 10대 여학생들이 꽃과 나무를 앞에 놓고 수업에 열중이었다. 오늘 과제는 새장에 갇힌 새를 표현하기. 아이들의 손놀림이 늘어갈수록 버드나무 줄기는 원형새장이 되고 꽃은 새의 형상을 갖췄다. 유난히 머리가 솟은 새를 만든 한 여학생(14)은 "새장 밖으로 날아가고 싶은 새…"라며 웃어 보였다.

"지난 주에 '싫어하는 친구'를 꽃으로 표현해 보라고 했더니, 다 만들어놓고 그러는 거예요. '어, 그래도 예쁘네. 좋아 오늘 하루는 예쁘게 봐줘야지'라고요." 이 곳에서 원예치료를 하고 있는 강사 김루비 씨는 원예치료가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고민을 드러내 치료해 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씨는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도 작은 공간만 있으면 원예치료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일반인들도 집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당이 없다면 베란다나 침실 한쪽에 식물을 놓고 꾸준히 물을 주고 잘 자랄 수 있도록 가꾸어 주기만 하면 된다. 식물을 기를 때는 가능한 모든 식구가 식물 기르기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원예치료는 식물을 기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실에는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한 식물을 골라보자. 잎이 많아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난 '벤자민', '고무나무', '산세비에리아'를 두는 것도 한 방법. 가스레인지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은 물론 음식냄새를 잡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국적이면서 편안한 느낌의 '파키라'나 독특한 살균작용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소나무 분재'도 거실에 잘 어울린다.

침실은 숙면에 도움을 주는 식물이면 좋다. 자극적인 색을 가졌거나 꽃이 크고 화려한 식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수면을 도와주는 안개꽃이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스타티스 같은 작은 꽃이나 파스텔 색상의 꽃을 놓아두면 된다.

아이들 공부방에는 학습 능력을 높여주고 졸음을 쫓을 수 있는 식물이 좋다. 파키라, 벤자민, 고무나무 등의 식물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기억력과 암기력을 높여주므로 제격이다. 다만 심신을 자극하는 붉은 색 계통과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노란색 계통의 식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에는 냄새 제거에 탁월한 관음죽을 놓아둔다면 따로 방향제를 사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컴퓨터 옆에는 전자파를 차단하는 식물로 관엽식물을 놓아보자. 선인장보다 전자파 차단 효과가 높다. 크로톤, 아디안툼 잎, 금자반약, 포인세티아 등이 그 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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