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가 한층 가까워졌다. 최근 개봉된 일본 영화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관객의 호평 속에 은근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감독, 배우 등의 내한이 줄을 잇고 있다. 1998년 10월 1단계 한·일 문화 개방이 이뤄진 이후 영화계에서 이처럼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재개봉에 맞춰 내한했던 이누도 잇신 감독은 최근 개봉한 '메종 드 히미코'가 7만5천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자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았다.
'웰컴 투 동막'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의 음악감독이자 우리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음악을 맡았던 히사이시 조 역시 지난해 10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내한 공연을 펼쳤다.
한 달 뒤에는 '도쿄 데카당스'의 무라카미 류 감독이 방한했으며 올해 들어 더욱 활발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메종 드 히미코'의 주연배우 오다기리 조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오다기리 조는 '박치기'에도 출연했다.
재일 조선인과 일본인의 갈등과 화해를 담은 영화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과 남녀 주연인 다카오카 소스케, 사와지리 에리카 역시 11일 한국에 왔다.
23일 개봉할 '스윙걸즈'의 주연 배우 우에노 주리도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장에서 색소폰을 부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으며, 영화 '나나'의 주연 배우이자 유명 가수인 나카시마 미카도 13일 한국 시사회에 참여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이 이처럼 한국을 찾는 건 무엇보다 일본 영화를 보려는 한국 관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요즘 인디영화계에서는 '메종 드 히미코'의 인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개관에서 개봉돼 현재 7개관으로 늘었으며 관객 수는 7만5천명 넘어섰다. '박치기'는 명동CQN 2개관에서 개봉돼 절대적인 관객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객석 점유율은 90%에 가깝다.
그렇다면 한국 관객에게 일본 영화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건가. 이에 대해 일본 영화를 꾸준히 수입해온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 대표는 "일본 배우와 감독이 자주 찾아온다 해서 외형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고 본다. 배우가 온다고 해서 더 관객이 드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오다기리 조는 티켓 파워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메종 드 히미코'는 이누도 감독의 지명도와 함께 반복 관람을 유도하는 오다기리 조의 개인적 인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 오다기리 조가 무대인사를 했던 지난 주말 1천700여석의 좌석이 30분 만에 매진됐다.
조 대표는 "일본 영화가 한국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섰다고 느끼려면 '스윙걸즈'나 '나나'처럼 80~1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30만~40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야 와이드 개봉을 계획할 수 있는데 '스윙걸즈'의 경우 DVD가 나와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성 있고, 재미있는 영화에 예전보다는 훨씬 심리적 동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윙걸즈'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포미커뮤니케이션 김희정 실장은 "개봉 전 2만명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는데 하나같이 '지금까지 본 일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다'거나 '소재가 신선하고, 무엇보다 웃음이 난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관객 반응 중 특이한 점은 "굳이 일본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았다"는 인식. 김 실장은 "배급 시사에 참가한 기성세대는 재미를 못 느끼는데, 이 영화의 주요 타깃인 젊은 계층은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 영화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힘들다.
조 대표는 "일본 영화를 수입해오면서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는 혹시 고이즈미 총리의 입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실 통제불가능한 사안 아닌가"라고 털어놓았다. 독도 문제와 신사 참배 등 과거사 문제 등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영화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처럼 영화와 상관없는 벽이 존재하지만 올해 초 유난히 잦은 일본 영화인들의 방한과 재미있고 탄탄한 영화 소개, 이로 인해 한국 관객이 친숙함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진정한 문화교류의 발판이 마련될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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