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 전재산 장학금 기탁 '화제'

입력 2006-03-08 10:56:11

"30년전부터 꼬박꼬박 모았어. 큰 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잖겠어?"

장봉순(84.칠곡 북삼읍 어로리) 할머니는 북삼읍이 지원하는 생계보조비 30만 원과 경로연금 5만 원 등 35만 원으로 한달을 지내는 기초생활 수급자다. 학교는 문턱에도 못가봤고 남편이 사망한 20년전부터는 3평도 채 안되는 단칸방에서 산다.

장 할머니가 북삼읍에 600만 원을 내놨다. 그동안 아껴 모은 적금통장을 깼다.

"뭐 장례비는 남아 있으니 괜찮아. 맘먹고 있다가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그것도 못하잖아"

장 할머니의 지난 삶도 굴곡이 많았다.

17살때 영천 화북에서 목수인 남편에게 시집와 대구역 앞에서 '농방'을 하면서 꽤 부유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빚보증을 잘못 서 전재산을 날리고 남편의 고향인 북삼읍으로 왔다. 몸이 약했던 남편대신 혼자 돼지와 소를 키우고, 남의 집에서 일해주고 받는 품삯으로 연명했다. 아이가 없어 환갑이 넘도록 부부가 단촐하게 살다가 20년전에는 남편마져 세상을 떠났고 그때부터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막노동과 청소일로 생계를 이어왔다.

다행히 몸이 튼튼한데다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가사, 간병 도우미가 2, 3일에 한번씩 와도 "나보다 못한 노인들이나 잘 돌봐주라"며 도움을 거절한다. 평생동안 미장원 한번 가보지 않았지만 자신이 개발한 머리스타일로 늘 정결하다. 다행히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씩 사회복지사 박경미(33.북삼읍 8급) 씨가 찾아와 말벗이 돼준다.

장 할머니는 "정부에서 노인 요양원을 더 많이 지어서 죽을때까지 편히 돌봐주면 참 좋겠다"고 했다.

장 할머니의 이 이야기는 김종문 북삼읍장과 직원들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뜻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장 할머니 장학금 늘리기 움직임도 일고 있다. 또 칠곡군도 적극적으로 나서 '따뜻한 마음이 파도처럼 번져나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 :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600만 원을 희사한 장봉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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