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후배들과 좋은 작품 만들어보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 오지숙(31)은 요즘 들떠있다. '고향 대구에서 국제적인 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리다니' 쉽게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부턴가 대구는 뮤지컬 배우들이 꼭 한번 공연해보고 싶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그녀의 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 관객들은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무뚝뚝한 관객들이었을 거예요. 얼굴에 웃음을 띄면서도 정작 환호하거나 박수는 아꼈죠."
그러나 이제는 확 달라졌다. 대구 관객만큼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열정적으로 배우를 반겨주는 곳도 없다.
사탕발림이 아니다.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단다. 그런 면에서 대구관객들의 높은 관람수준은 자신에게는 물론 동료 배우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오 씨는 19일 막을 내린 '캣츠 포에버'에서 귀부인 고양이 역(커버)으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 냈다. 뮤지컬 계에서 대구 출신의 배우들을 만나보기란 아직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지역 1세대 격이다. 오 씨는 지난 1998년 말 '광개토대왕'에 캐스팅 되면서 뮤지컬과 인연을 맺었다. '어린이 난타' '브로드웨이의 42번가' '못다한 사랑' 등 그 후로도 여러 작품에서 농익은 연기를 펼쳐왔다.
성화여고를 졸업한 오 씨는 단국대 연극영화과로 진학하면서 대구에 있는 시간이 줄었지만 오 씨의 거주지는 여전히 대구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늘 가슴 한 구석을 아프게 한 것은 아직은 지방의 문화적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
"뮤지컬이라는 것을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알았어요."
당연히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노래, 춤, 연기. 이 3박자를 두루 갖춰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 열심히 하긴 했지만 도통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첫 오디션 때였죠. 노래 악보를 구하지 못해 CD를 통째로 외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일이죠."
지난해 10월 7일 무대에 오른 '캣츠 포에버'는 19일을 끝으로 모두 121회 공연을 마쳤다. 하지만 오 씨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또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되기 위해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더 많다"며 "미뤄둔 공부를 마저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구가 뮤지컬의 '메카'가 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녀는 "준비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며 "우선 걸음을 떼는 것부터, 그리고 그 열정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지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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