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洋·韓方 손잡기

입력 2006-02-08 11:36:47

1990년대 말부터 한동안 양'한방계의 대립 양상이 정치판의 여'야 공방전을 방불케 했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혹세무민하지 말라'는 양방의 주장에 한방은 '당신들은 우리 의학을 검증할 자격도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득권 보호 논리로는 건강 증진이라는 대명제 앞에 설득력을 키우지 못했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히포크라테스와 허준의 정신'을 하나같이 가볍게 여기지 않은 탓이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과 대구한의대가 양'한방 진료를 함께 하는 시설을 건립, 협진 체제를 구축할 움직임이다. 이 지역에선 첫 시도로 고무적인 소식이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은 이미 대구한의대와 상호 환자 이송, 검사 의뢰 등의 교류를 해 왔으며, 협진센터로 발전하는 전기를 맞게 된 셈이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은 이 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해 병원 인근에 사유지를 매입했으며, 세부적인 조율 뒤 착수할 계획이라 한다.

◇이 협진센터 건립은 특히 노인성 질환에 청신호로 보인다. 뇌졸중'관절염 등의 치료에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환자 중심의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노인성 질환자들의 경우 양'한방 협진을 선호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이 체제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양방이 꾸준히 발전하는 가운데 한방 의료 분야는 상대적으로 주춤거려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와 함께 환자들의 인식이 전환되면서 1990년부터 한방 의료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더구나 양'한방 협진은 서양 의학과 동양 의학이 가진 장점을 살려 한 가지 의학의 한계를 극복, 사람들이 겪는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새로운 기폭제로 기대치를 높여 왔다.

◇이번 대구가톨릭대학병원과 대구한의대의 협진센터 건립 추진은 그 의미가 크다. 공급자 중심 의료 서비스를 넘어 환자를 더 중시하는 새 바람을 일으키고, 전문화와 차별화, 상호 연구 교류의 활성화 등을 통해 미래 의학의 새 기틀을 다지게 될 것으로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양방과 한방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증폭시키고, 새로운 치료 모델과 치료 약물 개발 등의 신기원을 열 수 있게 되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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