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노 정권의 세 번째 정기국회는 '파탄 국회'의 오명을 자초했다. 개정사학법에서 열린우리당이 재개정의 여지를 남겨 주는 것 이외에 한나라당 회군(回軍)의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헌정 초유의 사태가 내일 벌어지면 국회 공전'정치 파행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내년 5월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두고 양쪽은 또 연초부터 정략적 삿대질을 계속할 것이므로다.
먹을 것이 없는 집안은 정(情)으로 산다. 돈 없고 정 없으면 희망이 없는 '집구석'이다. 2005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빚어낸 정치판은 그런 '집구석'이었다. 정치판에 정치가 없다. 정무직(政務職) 없애고, 공식 대화'비공식 채널 모두 스스로 틀어막고 있는 게 지금의 여'야다. 제발 말문을 열어라. '지둘려' 국회의장은 뭐 하는가. 언제까지 거시기할 건가. 서로 상대의 수(手)를 잘못 읽었다면 양쪽 다의 잘못이요 책임이다.
결국 위헌적인 '준예산'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치킨 게임'을 벌인 꼴이 된 두 당은 예산안 단독처리라는 차악(次惡)의 편법으로 '상처뿐인 피날레'를 보게 됐다. 내일 군소야당을 들러리 세워 통과시킬 2006년 예산은 고작 9천억 원을 삭감한 144조8천억. 굳이 따지자면 8조9천억의 삭감을 주장했던 한나라당은 실리(實利)를 몽땅 잃고 열린우리당은 정치의 생명이라는 명분(名分)을 잃었다.예산을 뻥튀기한 정부 부처들만 입이 쩍 벌어지게 생긴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전부를 잃었다. 웰빙당의 '마이웨이' 덕분에, 그리고 '유오성' 식의 돌격성 때문에 국민은 돈 잃고 자존심까지 털리게 생겼다. '민주보다 경제 발전이 더 중요하다'(84.6%)는, 그리고 '개혁보단 안정이 더 우선'(80%)이라는 국민의 소망을 정치권은 을유년 내내 팽개쳤다. 바라건대 병술년에는 제발 입을 열고 마음을 열어라. 정치에서, 찰나적인 승리는 있어도 일방(一方)의 영원한 승리는 어느 쪽에도 없음을 둘 다 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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