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폴리스 조성산업 어떻게 되나-(하)DGIST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05-12-09 09:22:00

'셋방' 서 나노신소재 등 4개 분야 R&D 박차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이 설립된 지 1년이 지났다. '첨단산업 연구·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및 국가과학기술발전', '동남권 R&DB 허브 구축' 등을 목표로 이미 올 초부터 연구활동에 들어가 나노신소재 등 4개 분야에 걸쳐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집'이 없다. 연구는 진행되고 있는데 마땅한 연구공간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셋방살이'를 전전하며 연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지, 인력, 예산 등 '집'을 짓기 위한 기본계획도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설립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본다.

▨입주는 언제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은 지난해 9월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올해 3월 기본계획 수립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과기원 입지를 달성군 현풍면 대구테크노폴리스 부지 내로 결정하고 지난 7월엔 이사회에서 부지 10만 평(발전부지 20만 평 별도), 건물 3만 평, 연구인원 200명, 예산 3천억 원 등 설립 기본계획안(5년 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기획예산처와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기본계획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과기원 설립이 표류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는 부지가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 테크노폴리스 부지(달성군 현풍면) 내에 들어설 계획이지만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과기원도 덩달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건설 예산 및 기본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과기원은 12월 중 열리는 이사회 때 테크노폴리스 사업과 별도로 과기원 건물을 먼저 지을 수 있도록 대구시 등에 요구하는 한편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획예산처 고위간부를 과기원 이사로 추가 등재해 부지 및 연구원의 규모 및 인력, 예산 등 전반적인 설립 관련 기본계획을 합의,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기본계획이 확정돼 일정대로 과기원 설립이 추진될 경우 내년 설계, 2007년 토지매입, 2008년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2010년 하반기쯤 과기원 설립이 마무리돼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2010년 입주 전까지 사용할 연구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일단 과기원은 현재 사용 중인 본원과 영남대, 대구테크노파크 등에서 당분간 분야별로 연구·실험을 하다 이들 장소를 계속 임대해 사용할지 아니면 별도의 독립 건물을 구해 분산돼 있는 연구실험동을 하나로 모을지 대구시 등과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별도 건물을 구해 충분한 연구·실험 공간을 마련할 경우 2010년까지 정부로부터 수억 원의 연구시설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별도 건물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발표된 대구 혁신도시 입지 선정이 테크노폴리스 조성 사업 및 대경과기원 설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연구는 어떤 분야

과기원 시설물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무슨 연구를 하느냐'와 '연구 인력이 몇명이냐' 이다. 이는 건물 규모, 설비 시설 등 예산 등의 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기원 설립의 핵심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의 주요 핵심 연구분야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정보통신기술(IT) 분야 ▷나노신소재 및 디스플레이 분야 ▷지능형시스템 및 텔레매틱스 등 메카트로닉스 분야 ▷생명과학기술(BT) 분야 등 5개다.

과기원은 이들 5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육성, 특화 및 전문화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융합기술 첨단 연구개발 기관으로 자리잡는다는 계획. 현재 IT분야는 올해 2월부터 본원, 나노 신소재 활용 첨단섬유산업은 4월부터 영남대, 미래형자동차 및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개발은 10월부터 대구테크노파크 성서벤처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BT분야는 연구 준비 중이다.

이들 분야는 모두 지역의 산업과 직결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과제 중심의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구·경북과 경남의 경우 구미, 포항, 울산, 창원 등이 우리나라 산업벨트의 중심인 데다 최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어 IT 기반의 융합기술 연구·개발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다. 미래기술인 나노신소재 분야도 섬유 및 폐수 처리 등과 관련돼 지역 섬유산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디스플레이 산업도 지역의 LCD 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메카트로닉스 분야 특히 미래형자동차 연구·개발은 대구·경북의 주도산업인 기계부품 관련 산업을 크게 지원,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기원은 현재 IT 분야와 관련, 지난 3월 정보통신부로부터 컴퓨터, 휴대전화, 자동차, DMB 등의 '이동단말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듈 개방구조 및 인터페이스'라는 선도기술개발사업 국책과제를 받아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고, 나노신소재 분야에선 나노광촉매를 이용한 기능성 섬유, 섬유산업 폐수 처리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은 나노제품의 부작용 및 문제 등을 해결하고 효율성을 높여 내년까지 이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계획이다.

또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경우 올해 '미래형 자동차 전자화부품 핵심기반기술 R&D센터'를 유치하는 한편 내년까지 세계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e-페이퍼(e-Paper)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모는 변함 없나

오는 22일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과학기술부 차관, 기획예산처 간부 등 이사들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과기원 부지, 연구 인력, 연구시설, 건설비 등 예산과 설립 기본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과기원 설립 규모. 이번 이사회에서 부지 10만 평, 연면적 3만 평(본부동, 연구동, 직원APT 등 지원시설), 인력 200명 및 건설비, 운영비 등 예산 3천여억 원 수준으로 기본계획(~2009년 기준)이 확정될 것으로 보여 2014년까지 30만 평 부지에 연구인력 1천 명, 1조733억 원을 들여 과기원을 설립하겠다던 당초 기본계획용역보다 규모가 많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과기원은 대구테크노파크를 이끌어나가고 동남권 R&DB 허브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려면 최소 연구시설 10만 평, 연구인력 500명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영남권 일류 과학기술대학원과 유망 벤처기업 등 각종 우수기업을 유치하려면 부지 30만 평은 확보돼야 한다는 것. 실제 대전 및 광주 과학기술연구원의 경우도 부지가 30만 평에 이르고 화학연구소 등 정부 출연연구소들도 일반적으로 연구인원이 500명은 된다는 게 과기원 측의 주장이다.

이에 과기원은 일단 연구동 10만 평, 과학기술부 인력 정원 200명으로 시작한 뒤 대구시로부터 약속받은 발전부지 20만 평과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다른 중앙부처로부터 예산과 인력을 추가 확보해 10년 내 목표했던 30만 평 부지와 연구인력 최소 500명을 반드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앙정부 예산과는 별도로 대구시 및 경북도 등 출연기관의 예산과 연구원 자체 사업을 통한 예산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에 10년간 최소 6천억, 7천억 원의 예산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규석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은 "단지 과기원의 연구만을 위해서라면 연구인력이 100명이든 200명이든 큰 상관이 없지만 대구테크노폴리스 사업의 성공과 영남권 R&DB 허브로의 입지 구축을 위해선 부지, 연구인력 등 연구원 규모를 확대해야 하고, 대학원도 유치해야 한다"며 "이제 막 시작한 과기원이지만 예산만 허비하는 국책기관이 아닌 3천억 원을 쓰면 3조 원, 5천억 원을 쓰면 5조 원의 효과를 내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인력은 연구직 32명(박사 20명, 석사 12명), 행정직 11명 등 46명과 겸임교수 10명 등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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