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약되는 한방상식-(4)술 요령 있게 먹자

입력 2005-12-01 14:05:52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이 줄을 잇고 여기 저기 쫓아 다니다 보면 몸과 마음이 술에 찌드는 시기다.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술자리가 1차, 2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주량 이상으로 술을 마시게 되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기 일쑤다.

어차피 술자리를 피하지 못할 경우에는 요령껏 먹는 것이 필요하다. 술을 많이 먹지 못하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술은 너무 차게 해서 먹지 말아야 한다. '술은 열이 많은 음식이라 차게 해서 먹으면 덜 취하고 맛도 좋다'고 흔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술은 열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마시면 내장에서 열이 나 나른해지면서 소변이 잦아지고 과하면 오히려 배가 냉해진다. 운동으로 몸의 열을 많이 발산하고 나면 몸이 차가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한겨울에 차갑게 냉동시킨 술을 마구 마셨을 경우 설사가 나기 십상이다. 또 메스껍고 입맛이 떨어지며 지병이 악화될 뿐 아니라 숙취도 심해진다. 술에 자신이 없으면 가급적 따뜻하게 데워 먹든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냉장이 안 된 술을 주문하는 게 상책이다. 겨울에도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은 몸이 견디기 때문에 탈이 없을 수 있으나 찬 맥주를 몇 년간 먹고 장이 나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독주도 조심해야 한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살이에 시달려 신경성 위장병이 많이 발병하는데 도수 높은 술이 위벽까지 손상시킬 경우 건강에 큰 해가 될 수 있기 때문. 독주를 꼭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따뜻하게 데운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면 기분 좋게 취기도 오르고 술도 빨리 깬다. 물론 뒤끝도 개운하다.

■숙취 해독은 이렇게

간밤에 마신 술을 못 이겨 우리 몸에 찌꺼기와 염증이 생겨 괴로운 것이 숙취다.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갈증이 많이 난다. 하지만 갈증이 난다고 찬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튼튼한 사람은 탈이 없으나 허약한 사람은 평소에도 아침에 생수를 마시면 배가 아픈 경우가 있다. 술을 마신 뒤라 내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보온을 해야 할 상황에서 찬물을 마시면 소화가 안 되거나 설사가 나게 마련이다. 술이 약한 사람이 술 몇 잔을 마시면 한기가 드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술이 몸에 들어가 열을 낼 때 우리 몸은 오히려 지쳐서 식기 시작한다.

흔히 숙취에는 땀을 빼면 좋다고 한다. 땀을 내면 주독이 좀 풀린다. 그러나 사우나에서 땀만 자꾸 빼게 되면 오히려 기운이 빠져 건강에 해롭다. 진피, 칡, 생강, 계피처럼 주독과 염증을 풀어주는 음식이 숙취 해독에 적격이다. 숙취 해독에는 생강과 계피로 만든 수정과를 따끈하게 마시든지 가벼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땀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콩나물과 무를 넣은 북어국을 먹는 것도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숙취 해소법이다. 물고기는 육류보다 성질이 담백하고 서늘해서 술로 인한 염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특히 콩나물과 무는 해독에 좋다. 술을 먹은 뒤 잘 붓는 사람은 팥이나 호박을 달여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간의 이야기와 달리 꿀은 그다지 좋지 않다. 술로 인해 위장에 염증이 발생해서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진한 꿀차를 마시면 꿀의 단맛이 위장을 더 뻑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장이 메말라진 사람은 꿀을 먹어도 괜찮다.

담욕대 심욕소(膽欲大 心欲小)라는 말이 있다. 담력은 크게 가지되 마음가짐은 섬세해야 한다는 말로 작은일까지 신경을 쓰는 마음이 있어야 담대함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술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성질을 가지다 보니 술이 과하면 조심성은 없어지고 담대함만 커져 실수하기 쉽다. 술자리가 많은 연말 이 말을 명심하는 것이 숙취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이경달기자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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