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이 밀려온다-(2)보완 시급한 정부대책

입력 2005-11-25 14:12:13

'82조의 실패' 거듭할 건가

쌀 협상 비준안 통과로 얻은 추가 개방유예 10년은 한국 농업의 '부활'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도 체질개선을 하지 못하면 경쟁력 강화는 영원히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10년간 119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농업부문에 투자키로 한 데 이어 비준안 통과 이후 추가지원책을 적극 검토키로 하는 등 성난 '농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밝힌 농촌지원대책들이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단기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원금 어떻게 쓸 것인가

농민단체들은 △쌀고정직불금 인상 △공공비축제 물량 확대 △쌀소득보전직불금 목표가격 상향조정 △민간유통기능 활성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농가 불안심리를 감안, 내년부터 ha당 7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인 고정직불금을 130만 원까지 올리고 공공비축 매입물량을 500만 섬에서 1천만 섬까지 늘려달라는 것이다. 또 쌀 소득보전직불금 목표가격을 물가상승률과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해 최소 18만 원까지 인상하고 정책금리도 1%까지로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회 상주시지회장은 "고정형직불금은 130만 원까지 인상해야 쌀 가격폭락에 따른 가격지지가 가능하다"며 "주요 농업선진국들 역시 1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지원책만으로는 곤란하며 근본적 농업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농가소득안정대책은 결국 납세자의 부담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전에도 개방 대신 유예를 선택하면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우리 농촌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실패'도 고려돼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곤 박사는 "소득안정대책이 투명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농가별 경영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농가등록제를 도입해 소득지원에 상응하는 농가의 의무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민보호 법제화 서둘러야

농민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품목별 연차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목표치를 법에 명시하고 구속력 있는 계획을 수립해 달라는 것.

그러나 정부는 목표치를 농업·농촌기본계획에 반영할 수는 있지만 법제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6.8%까지 하락한 자급률을 일본 목표치 수준(30%)까지 끌어올리는데 최대 1조5천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

밭작물에 대한 직불제 도입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경지면적 중 40% 정도가 밭이 차지하고 있어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가격하락 피해는 대부분 밭작물이지만 이에 대한 보상 및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 밖에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농업·농촌 회생 실질적 대책 수립 △농민단체-국회-정부 3자간 협의기구 구성을 통한 쌀대란 해소책 마련 △양곡정책의 전면 수정과 학교급식법 개정 등 쌀 수급안정 도모방안 등도 촉구하고 있다.

농업은 낙후된 만큼 고부가가치화 여지도 높을 뿐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농정당국이 지금 할 일은 선진국 수준의 직불제 확대와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라는 쌍두마차를 농민의 권리로 제공하는 한편 지원에 상응하는 농민의 의무를 요구하는 게임의 룰을 설정해야 한다.

이희대·엄재진·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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